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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2024년 9월 4일~5일, 백수생활 47일째, 너의 우울이 길다.

by SSODANIST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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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한 무더위가 언제 왔었던 것인지

아주 지극히 정상정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낮과 밤은 마치 다른 나라를 살아가는 것처럼 

온도차이가 명확하고 하늘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백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냥 백수에서 건강한 백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난 뭐든 속도가 빠른 사람은 아니다.

눈치는 좀 있는 편이지만

무언가 빠르게 습득하거나

잘하거나 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내가 나름 내 사람을 컨트롤하며

잘 살아가는 이유는

꾸준히 그 일을 해가는 것에 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뛰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내 페이스대로 내 방법으로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하는 것이다.

 

운동도 마음을 먹고 시작했으니

웬만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해보려고 한다.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내가 선수도 아니고 매일 해도 되는 운동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3일째 매일 비슷한 시간에 운동을 하고 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려니 뭉치고 아프고 뻐근하긴 한데

기분 나쁜 불편함이 아니라 기분 좋은 불편함이다.

근력도 없어지고 코어힘도 빠져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했던 만큼 상태가 엉망인 것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건강을 찾고 나서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 봐야겠다.

평생 할 운동인데 서두르지 말고 다치지 말고 해야겠다.

 

체육관을 오고 가는 길이 공원길이라 

오가는 기분이 더욱 좋다.

새소리 가득하고 햇살은 적당히 나무들이 가려주고

평일이라 조용한 공원을 걷고 있다는 자체가 힐링이다.

이렇게 쉬고 있으니 뼈저리게 느낀다.

돈으로 시간을 사야 한다.

시간을 버리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이 주어진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시간 이렇게 아름다운 인생

책상 앞에 앉아 몸과 마음 망가지면서

남의 배 불려주는데 집중하지는 말아야겠다.

이래서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느것 같다.

생각하자 고민하자 매일 치열하게

금주하는 기간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는 한잔만 마셔도 가슴이 뛰고 헛구역질도 났는데

카페인에 내성이 생겨버린 모양이다.

요즘은 커피를 하루 1리터씩 마셔도 괜찮다.

사람 몸은 참 신비하다.

올여름은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 800m 12개 묶음을 몇 번 배달해 마셨다.

그리고 지금도 마시고 있다.

거의 물처럼 먹고 있다.

그래서 살짝 걱정이 되어 레몬을 샀다.

내일부터는 커피는 좀 줄이고

레몬수를 만들어 마시려고 한다.

 

오후에 친한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러서 소주 한잔 마시고 가도 되겠냐는 전화였다.

명절 지나고 한번 보기로 했었는데

뭔가 답답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도 본지가 좀 오래돼서 고민 없이 보자고 했다.

예약 없이 서현역에서 만나서 걷다가 들어갔는데

안주도 분위기로 마음에 들었다.

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나 가격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고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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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 잔잔 서현역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335번길 8

4.2 ★ · 이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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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동생은 고민이 많았다.

회사에서 만나 이제는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동생인데

이 친구도 쉼 없이 달려왔음을 알기에 더욱 안타깝고 짠했다.

해줄 거라고는 힘이 되는 이야기 몇 마디

그리고 소주 한잔 넘치게 따라주는 것뿐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가 조금이라고 해소되길 바랄 뿐이다.

내가 사줘야 하는데 계산까지 미리 해서

오랜만에 술도 얻어먹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나이 먹어가며 인생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사람냄새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이다.

덕분에 폭음을 하여 오늘 아침 정말 힘들었지만

그 숙취가 기분 나쁘지 않았고

하루 종일 마음 따뜻한 만남의 여운이 자리했다.

이런 인연은 많이도 필요 없다.

그저 평생 한 두 명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하루다.

아침에 일어나 책을 한 권 선물했다.

부디 책을 읽으며 마음에 안정을 찾기를 바라본다.

 

숙취로 고생을 하다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라면을 급하게 하나 끓여 먹고 체육관으로 간다.

술 마시고 다음날 먹는 라면은 정말 진짜다. ㅋ

숙취를 이겨내려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한잔 마신다.

아직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운동을 시작한다.

모든 땀구멍에서 알코올이 나오는 것 같다.

정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아 그만할까?

하늘이 노래진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다.

탈수가 올만큼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질어질하고 뻐근하지만

그래도 견뎌내었다.

운동하고 나니 숙취가 사라졌다.

역시 해장은 운동이 최고다.

예전에 늘 해장 주짓수 하던 날들이 문뜩 떠올랐다.

술 마신 다음날은 꼭 운동을 해야겠다.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너무 멋진 문구를 읽었다.

글이 너무 좋아 검색을 해보았는데

'너의 우울이 길다'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이 있었다.

부산대 앞 인문학 카페 헤세이티만의 운영자 황경민 씨가

 5년 6개월 동안 매일매일 직접 손글씨로 써왔던 입간판의

철학적  글들을 모아 엮은 병풍식 미니 도서라고 한다.

다른 내용들이 궁금해서 바로 두 권을 주문을 했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왠지 빠져 들 것 같다.

한동안 류시화 시인의 글에 빠졌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우울은

세대를 막론하고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마치 비와 음습함 속에 급속하게 퍼지는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우울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울은 유행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질병이다.

그러니 질병이면 치료받고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마땅히 다시 모두의 자리로 돌아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어쩌면 혹자들은 그런 우울증에 흔들리는

우리 집단을 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할지도....

그러니 이제 그만 흔들리고 모두 자신의 자리를 찾길 바란다.

나 역시도 내 안의 바람에 너무 오래 흔들렸다.

이제는 바람이 불어 흔들리더라고

바로 제자리를 찾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퇴직한 지  두 달 되었다.

등기이사사임과 관련하여

퇴직 전 한 주 전에 한번

퇴직하는 주에 한번

퇴직 후 경영관리 실장에 한번

부사장에게 한번

재무팀장에 한번

지속 물었었다.이쯤 되니 등기이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아무나 해도 되는 것인가 싶다.물로 아닌데... 이 회사가 이렇다.

 

드디어 어제가 돼서야

인사팀장한테 카톡이 왔다.

그리하며 이전 회사와의 인연은 정말 

완전하게 끝이 났다.

정말 좋은 모습만 기억하려고 했으나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는 회사

잘 손절했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기본도 못 지키면서 무슨 사업을 하겠는가

밸류로 7천억이 넘는 회사며 뭐 하나

늘 기본은 뭉개라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더 이상 응원도 못하겠다.

 

그럼에도 마무리되었으니 

혼자서 자축을 한다.

이젠 뭐든 좀 안 가리기로 했다.

기호가 있기는 하지만 대단하지는 않기에

싼 거 비싼 거 가리지 말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기로 했다.

이거 가리는 것도 생각해 보니 

결국 피로감은 나에게 온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모나지 않고

편안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노력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노력할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유해진다고 한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된 것 같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사람이 되면 된다.

 

이 술은 가난한 자들의 맥캘란으로 통한다.

첫 느낌은 제법 비슷한데 뒷맛이 좀 다르다.

그래도 뭐 충분히 맛은 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너무 가리지 말자.

때로는 대충도 필요하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숙취로 고생하다가 또 술이라니...

역시 술은 힘이 세다.

그러니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결국은 컨트롤하는 것이 안지는 것이다.

즐기되 과하지 않게....

작심삼일 하지 말고. ㅋ

 

내일 하루 살아내면 주말이다.

하루남은 주중의 건투를 빈다.

내일은 모두 마음 편한 하루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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