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의 애플워치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000 대표님...으로 발신자 표시가 되었다.
아차... 벌써 지난 금요일이다.
저녁일정이 있어 전화를 못 받았고 콜백을
한다는 것이 그만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전화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역시 좋은 소식보다는 안 좋은 소식이 많았다.
7~8년 전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 업무상의 득실 없이
그냥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 소주잔 기울이며
인생이야기 하던 인생 선배셨다.
우연한 기회에 감사하게도
전 회사로 모시게 되었고 함께 사업을 진행했었는데
회사 사정으로 스핀오프를 하고 고생을 좀 하고 계신다.
전 회사의 몽니로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가끔 만나 술도 한잔씩 받아들이고는 했는데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하셨을 텐데 전화를 놓친 것이 너무 죄송했다.
오늘 역시 지속 스케줄이 있어서
힘내시라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다음에 보면 되지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다음에 술 한잔 하자
습관처럼 주고받는 이 말들..
과연 우리가 모두 지킬 수 있는 약속 드릴까?
지금 바로 오늘이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약속이다.
다시 연락해서 바로 당일 스케줄을 여쭙고
저녁에 만나 뵙기로 한다.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급하게 일정 조정을 하고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코엑스에서 만나 단골 순댓국 집으로 향한다.
상황이야 별로지만 이 집 순댓국과 수육은 늘 맛있다.
대표님은 역시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큰 키에 정장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으시고
늘 머리는 젤을 발라 단정이 넘기시던 멋쟁이 신사 셨는데
어딘지 모르게 부스스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위로를 하며 술잔을 참 많이도 넘긴 것 같다.
오랜만에 술을 마시는 중간중간 술이 많이 취했음을 느낀다.
소주병을 꽤 비워내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기분이 좋으셨는지 딱 한잔만 더하자고 하신다.
근처의 펍으로 향해 맥주를 마신다.
딱 한잔을 약속하고 갔지만..
한잔이 두 잔 두 잔이 세잔....
남자 둘이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한참을 떠들고 마시고 했다.
그리고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선물했다.
꼭 마땅히 잘 살아야 할 인생을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왜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생각해 보면
모두 어느 리더십 없고 경영능력 없는
대표자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말 인간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이 사람의 행동을 보면 성악설이 정설이다.
과신하고 거짓말하고 이간질시키고
회사의 대표로서의 끝이 아니라사람으로서 싫다.
꽤 오랜 시간 직장을 다녔는데도
아직 사람이 싫어진 적은 없었다.
역할이 싫었거나 업무 스타일이 안 맞는 경우는 있었는데
사람이 싫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주변에
말 잘 듣는 개들만 골라키우는 특성이 있고
분리수거도 안될 쓰레기를 골라 모으는 재주가 있는
리더나 대표자가 있다면 과감히 기대를 접고 손절하라
하루라도 손절이 빠르면 이득이다.
삶은 지속 피폐해 질뿐이다.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지기는 했는데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 좋았다.
아메바는 학교로 박여사는 화담숲으로 놀러 나갔다.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나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집안 정리를 했다.
연신 시원한 물을 들이키며 숙취와 싸운 오전이다.
오후에는 아메바를 픽업하며 병원에 들어 드레싱을 받고
자동차등록 사업소에도 다녀오고
집에 빵이 떨어져 박여사와 근처에 빵쇼핑도 했다
최근에는 식빵은 지속 슈샤에서 사다 먹는 것 같다.
빵이 가격도 많이 안 비싸고 매일 만드니 신선하고 맛있다.
소금빵과 치아바타도 추천할만한다.
그리고 얼마 전 아메바가 육회를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별난 푸줏간으로 육회를 사러 갔는데
영업이 20시까지였다.
결국 드라이브만 하고 돌아왔다.
다행히 아메바가 육회를 찾지 않았다.
오늘 길을 걷다가 예쁜 공중전화부스를 봤다.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 정감 있는 유물이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 넘은 나라에
아직도 공중전화가 존재한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삐삐가 오면 음성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던 장소였고
시티폰도 저 근처에서만 터졌었다.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고
중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썸이 이어지던 장소였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에는 공중전화가 없으면
소통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 만에 구시대 유물이 된 것이다.
100년 후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하려나?
그때도 여전히 존재할까?
집으로 돌아왔는데 왠지 모르게 출출했다.
금방 사온빵에 맛있는 버터를 가득 발라서 먹었는데
역시 슈샤의 빵과 이즈니 버터는 궁합이 좋다.
꽤나 큰 치아바타를 혼자 뚝딱했다.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고 있다.
어제 뵈었던 대표님 얼굴이 잊히지가 않는다
부디 힘내셨으면 좋겠다.
이태원 클래스 12화에 힘든 상황의 마현이에게
조이서가 읽어 주는 시가 한편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4qOT_Aw9IgM
누구에게 모두 이런 순간들이 있다.
어두운 터널 한중간에 있는 듯 답답하고
모두가 등 돌린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시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시기...
그럴 때는 이 시를 한번 떠올리고
노래를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돌덩이에서 다이아가 되려고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임을
그리고 결국에서 반짝일 미래를 믿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이아가 되면 좋겠다.
돌덩이를 듣고 다이아를 읽다 보니
술 한잔 생각나는데 어제 너무 마셔서
자중을 좀 해야겠다.
분명 내일은 또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반응하지 말고 대응만 잘하면
늘 신나고 행복한 순간들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의 하루가 그렇게 행복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오늘하루도 인상적이었길 빌며
모두의 내일에 건투를 빈다.
그대들의 매일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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