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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10월 17일, 백수생활 89일째, 인연(因緣)에 관하여

by SSODANIST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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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_대산종사

 

드디어 16화를 마지막으로

이태원클라쓰 전편을 다 보았다.

14~15화의 좀 무리한 설정들과

느린 전개가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스토리와 연기 그리고 사회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심지어 OST까지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9WMyVzePws8?si=BYM2xxevzLNYUxMx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이 배운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무엇을 배우겠냐고 생각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三人行必有我師 , 삼인행필유아사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배울 수 있다.

나는 리더십을 밴드오브브라더스에서 배웠고

정치를 드라마 정도전을 통해 배웠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의지대로 사는 법을 배웠다.

이렇듯 오락으로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서

배우는 것도 하나의 학습하고 성장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마음을 열고 보면 모두 다 스승이고 학교다.

 

이태원 클라쓰의 마지막 편까지 마무리하다 보니

4시경 잠이 들어 5시 30분 기상했는데.

절 때적으로 잠이 부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언제나 그랬듯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간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에 이동을 하는데

점점 더 어둠이 깊어지는 느낌이다.

어쩌면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당연하 것이다.

겨울이 가까이 있고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사람도 없고 불빛도 없는 고독이 나쁘지 않다.

조용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어 걸어 체육관으로 간다.

 

예전에는 돈을 들여가며 왜 무거운 쇠를 들까 싶었는데

이제는 그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번 한 번의 움직임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고

의미는 내가 부여하기 나름이다.

 

구성환이라는 배우가 일상을 공유하는 한 티브이 프로에 나와서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며 너무도 행복하는 모습을 봤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일상이었지만

누구의 일상보다 빛나는 인생이었다.

그리고 그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나는 내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다 어떤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나의 행동과 일상은

이상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운동에 의미를 부여하니 나의 일상에 이상적 일과가 되어주었다.

 

운동을 하고 나서 아침을 먹으니 전날 잠을 못 잔 탓에 졸립니다.

백수의 특권이다.

졸리며 자면 된다.

오후에는 강남에서 일정이 두 개나 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씻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삼성역과 봉은사역 구간은 대체 언제쯤 공사가 끝날까?

한 10년째 이러고 있는 것 같은데

끝나기는 하는 공사인지 궁금해졌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한국에서

이런 공사진행은 좀 안 어울리는 것 아닌가?

요즘은 삼성역에서 한티 역 쪽으로 공사가 연장되던데

과연 이 공사가 이번생에 끝날까?

 

한국만 경기가 안 좋은 것 같다.

코엑스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하긴 없는 사람들에게나 경기가 안 좋지

있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세상 아닌가?

생각해 보면 한국처럼 여행하기 좋은 나라가 또 있을까?

볼거리 먹거리 문화 치안 통신 모든 것이 잘 돼있는 나라는 드물다.

관광도 경제도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일할 인구도 절벽이고 경제모멘텀도 없고

무엇보다 정치가 지속 발목을 잡으니 암담하다.

 

오늘 첫 번째 약속은 오래된 인연이다.

대학원 석사과정 때 함께 논문도쓰고 경연대회도 나가서 수상도하고

소주도 함께 마시며 개똥철학을 논하던 동기이다.

졸업 후 연락이 끊어졌었는데

얼마 전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이 왔다.

학위를 받은 후 미국행을 택해서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해서 살아가다

코로나 때 직격탄을 맞으며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3년 전 영주권도 획득했고 중국인반쪽을 만나 결혼도 했다고 하며

지금은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술을 참 좋아했었는데 술도 끊고 절치부심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3시쯤 만나 6시가 넘도록 커피 한잔 시켜놓고 수다를 떨었다.

반갑고 신기하고 그동안의 고생과 세월을

그대로 맞은 것 같아 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대구 집으로 간다기에 지하철 노선을 알려주고 

다음 저녁 장소로 이동을 했다.

그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자주 연락 하기로 했다.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

저 멀리 롯데사우론과 보름달 그리고 환호성이 들린다.

한국시리즈가 있는 날인가?

원래 관심이 없다 보니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을 하며 이동한다.

 

코엑스를 지나 삼성동 먹자골목 쪽으로 이동하는데

이전에 사무실이 무역센터에 있을 때

자주 점심을 먹으러 들리던 식당가가 재개장을 했다고 하여

잠시 들려서 구경을 해보았다.

 

깨끗하게 새 단장을 하고 메뉴도 더욱 다양해져 있었다.

직원식당과 더불어 일 년을 넘게 점심을 해결하던 추억의 장소인데

나중에 꼭 와서 밥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먹거리와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가격이 문제다... 물가가 왜 이렇게 급하게 오를까?

하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약속장소로 향했다.

요즘 나의 삼성동 코스는 전통백암순댓국+소주 1차

월스트리트+ 맥주 2차이다.

도수가 낮은 주종으로 시작해 높은 주종으로 가야 하는데

늘 술이취해서 소주 이후 맥주다.

소주 이후에는 차라리 위스키를 한잔 마시는 게 좋은데

이미 뇌는 알코올에 지배를 받고 있기에

차츰 습관을 만들어 가다 보면 이것도 버릇이 되겠지 ㅎ

나름 의미 있고 정겨운 술자리를 파하고 나니 11시가 넘어간다.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마신 것 같다.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버스를 타면 종종 하차지점을 지나쳐가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하는데 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이깨서 주위를 보니 또 지나온 것 같았다.

화들짝 놀라서 벨을 누르고 하차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장소다.

이번에는 지나친 게 아니라 못 가서 내렸다.

지도앱을 켜고 한참을 걸어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도착했다.

늘 귀가 과정이 혼란의 연속이다.

술을 안 마시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인데 어렵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술에 취해 꼬꾸라져서 잠이 들었다.

15년이 훌쩍 넘는 시간 잊지 않고 연락해 준 인연에 감사하는 하루다.

나도 지킬 인연은 더욱 소중히 해야겠다.

결국 사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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