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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_2025년 10월 12일

by SSODANIST 202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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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의 약속

오늘도 천장을 바라본다.

수면제를 먹은 지 벌써 서너 시간이 흘렀다. 보통 이맘때면 벌써 깊은 잠에 빠져 있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잠은 내게서 멀찌감치 도망쳐 버렸다. 시계를 본다. 새벽 한 시. 다시 책으로 눈을 옮긴다. 두 시. 세 시. 시간만 흘러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일 할 일, 오늘 못한 일, 언젠가 해야 할 일들이 어둠 속에서 형체를 갖추며 나를 짓눌러온다.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생각이 많으신가 봐요." 맞다. 생각이 많다. 아니, 정확히는 걱정과 불안이 많다. 그래서 약이 늘었다. 처음엔 한 알이었던 것이 이제는 다섯 알. 상시로 먹는 약이 있고, 그래도 안 되면 먹는 약이 또 있다. 오늘은 그 비상약까지 꺼내 들었다. 그렇게 거의 새벽 다섯 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뜨니 여덟 시도 채 안 된 시간. 몸은 납덩이처럼 무겁고, 머리는 안개 속 같다.

 

다행이 휴일이다. 다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컨디션으로는 하루를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암막 커튼을 단단히 치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더 잤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자는 내내 오한이 들었다. 이불을 덮어도, 몸을 웅크려도 한기가 가시질 않았다. 어제부터 목이 잠기더니, 이제 온몸이 욱신거린다.

'아, 감기인가.' 요즘 새로운 루틴으로 찬물 샤워를 시작했었다. 그것도 꽤 긴 시간.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갑자기 떨어진 기온과 갑자기 늘린 운동량이 결국 내 몸에 무리를 준 걸까. 몸은 정직하다. 내가 무리했다고, 쉬어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주방으로 향했다. 밥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밥을 입에 넣는 순간, 마치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 삼키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억지로 넘겼다. 안 먹으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몸도 아픈데, 날씨도 안 좋은데, 오늘 하루쯤은 그냥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내가 나한테 한 약속이 있었다. 매일 운동하기. 매일 5분이라도 달리고, 5분이라도 글 쓰기. 크지 않은 약속이다. 거창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작은 약속들이 모여 나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시작이 늘 어렵다. 항상 그렇다. 첫 발을 떼는 게 가장 힘들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옷을 갈아입었다. 운동복을 꺼내 입고, 운동화 끈을 묶었다. 한 발 한 발, 체육관을 향해 걸었다. 빗속을 걸으며 생각했다. '괜찮아. 조금만 하고 오면 돼. 5분만 뛰면 돼.' 체육관에 도착했다.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씩 움직이다 보니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런닝머신에 올랐다.

5분만 뛰려고 했는데, 어느새 20분이 지나 있었다. 땀이 옷을 흠뻑 적셨다. 이상하게도 아프던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움직이니까 살 것 같았다.

 

운동을 하는 동안 나는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듣는다. 오늘의 출연자는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고 독학으로 영업를 마스터하기도 했으며 방송계에서도 아주 유명했던분 이었다. 그의 말 중 한 대목이 귀에 들어왔다.

"AI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보다 태도가 중요합니다." 태도. 그는 계속 말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조직에 대한 충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경청을 잘한다고 했다. 뛰면서 생각했다. 나는 어떤 태도로 살고 있나. 나는 내 일에, 내 삶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나.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다. 그는 서핑을 배우며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각자 자신만의 파도를 기다리고 타야 합니다. 큰 파도만 기다리지 마세요. 남의 파도를 탐내지도 마세요. 그리고 파도가 올 때까지 패들링을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파도는 계속 옵니다. 한 번 놓쳐도 괜찮아요."

 

런닝머신을 뛰며 나는 미소 지었다. 그래, 맞다. 나는 지금 내 파도를 기다리며 패들링을 하고 있는 거다. 매일 5분 달리고, 5분 글 쓰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패들링이다. 누가 봐도 작은 실천이지만, 이 작은 것들이 모여 언젠가 내 파도가 올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몸은 여전히 무겁고, 목은 여전히 아팠지만, 마음 한편에는 작은 뿌듯함이 자리 잡았다. '오늘도 해냈다.' 집에 와서 노트를 폈다. 5분 글쓰기 시간이다. 손을 움직여 오늘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5분이 10분이 되고, 어느새 30분이 흘렀다.

 

이렇게 하루하루, 작은 약속을 지키다 보면, 어느 날 나는 내 파도를 타고 있을 것이다. 그 파도는 거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남들 눈에는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나만의 파도일 것이다. 잠 못 이루던 밤도, 무거운 몸도, 흐린 날씨도, 나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작은 약속이라도 지켜나가는 것.

 

오늘 밤도 나는 다섯 알의 약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또 천장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내일 아침, 나는 또 일어날 것이다. 또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그리고 또 내 파도를 기다리며 패들링을 할 것이다.

매일 5분 달리고, 5분 글을 쓴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는 나와의 작은 약속을 지켜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P.S. 혹시 당신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몸이 무거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작은 약속 하나만 지켜보세요. 정말 작은 것, 5분이면 되는 것. 그 작은 실천이 당신을 조금씩 바꿔갈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당신만의 파도는 반드시 옵니다. 계속 패들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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