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전장에서
오랜만에 아침이 눈부시다. 해가 많이 짧아졌는데도 새벽이 환하다.
어릴 적보다 정말 눈에 띄게 짧아진 가을이 마지막 힘을 내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절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며칠 비가 오다 맑아서 그런지 하늘도 공기도 모두 깨끗하게 씻고 포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듯 포근한 햇살과 상쾌한 숨 쉼이 너무 좋다.
맑게 게인 하늘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아무 느낌없이 받았던 햇살이 마치 피부를 타고 몸으로 자연의 에너지와 양분을 가득 몸으로 전달해 주는 느낌이다. 이 느낌을 왜 오십이 다되어 가는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앞만 보고 찌들어 살아오며 알고 있던 그 감사한 느낌을 잊은 것 같다. 변한 것은 나일뿐이고 햇살과 공기와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돌아보니 매일 무엇인가를 원하며 살아왔지, 한순간도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 이제는 이 느낌을 잊지 말자 그리고 알아가자. 나는 앞으로 뭘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오늘 같은 기분이면 5분 아니라 50분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하찮은 몸이 문제다. 14~5년 전 발목이 갑자기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통풍을 진단받았다. 뭐 그리 심각한 병일까 싶었지만 때때로 참지 못할 고통을 주었다. 술을 끊고 식이 조절만 잘하면 될 일인데 젊은을 믿고 건강을 과신하여 알코올 때문에 간이 망가지도록 술을 매일 부었으니 통풍하고는 이제 15년 지기 친한 친구로 살게 되었다. 늘 상비약을 차에 회사에 집에 넣고 다니고 가방에도 늘 챙겨 다니는 삶을 살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여하튼 운동을 시작하고 달리기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근육 만들겠다고 먹은 프로딘이 말썽이다. 가을 햇살을 마음껏 흡수하며 50분 달리고 싶었지만 발목에 통증으로 10분 정도를 달리고 아쉬움에 들어왔다. 통증은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요즘 출근하는 길 치하철에서 손자병법을 읽고 있다. 몇 번째 또 다른 버전을 읽고 있는데 역시 고전이며 명저라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고 삶을 살아가는 방향을 얻는다. 사는 게 전쟁 같은 요즘 오늘 읽어던 부분이 계속 기억에 남아 감상을 담아 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는 또 하나의 전장으로 향한다. 출근길 지하철, 회의실,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와 맞서고 있다. 손자병법은 이천 연도 더 된 병서지만, 그 안에 담긴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가르침을 준다.
"적의 군세가 건실하면 대비하고, 적이 강성하면 충돌을 회피한다."
직장에서 나보다 경험이 많고 힘이 센 상대와 정면으로 부딪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다. 진정한 지혜는 때를 아는 것이다. 상대가 강할 때는 한 발 물러서서 나를 단련하고, 내 역량을 키우는 시간으로 삼는 것. 후퇴가 아니라 도약을 위한 준비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 위해 스타트라인에서 몸을 낮추듯, 우리도 때로는 몸을 낮춰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적이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이것을 힘들도록 하고, 적의 부방 비한 곳을 공격하라."
이 말이 꼭 누군가를 해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기회를 포착하는 지혜다. 모두가 편안함에 안주할 때, 나는 조용히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모두가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서 나만의 전문성을 쌓는다. 경쟁자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 시장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이들의 생존 전략이다.
삶은 때로 가혹하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경쟁에 내몰리고, 예상치 못한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자병법이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승리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는 법, 아니 더 나아가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이다.
"적을 성나게 하여 소란하게 만들고, 낮은 자세를 보여서 교만함이 일게 만든다."
이것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이기도 하다. 상대방이 격해질 때 나까지 흥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차분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결국 상황을 장악한다. 또한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만함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겸손한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배우는 사람은 결국 성장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분명 전쟁터와 닮아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남을 쓰러트리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내가 쓰러지지 않는 것, 내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것에 있다. 정면 돌파만이 용기는 아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고, 물러섬이 더 큰 전진을 가능하게 한다.
오늘 당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 무리하게 맞서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숨을 고르고, 힘을 비축하며, 더 나은 기회를 기다려도 좋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다. 당신이 지금 낮은 자세로 있다면,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 동작이다.
손자는 말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고, 꼭 필요한 곳에만 에너지를 쓰며, 나만의 강점으로 세상과 조우하는 것.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삶이다.
오늘도 전장 같은 하루를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손자병법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급할 필요 없다. 네 때를 기다려라. 그리고 그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네 길을 가거라."
당신은 이미 충분히 용감하다.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증명이다.
'5분 뛰고 & 5분 글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_2025년 10월 16일_용기 내 한걸음 내어 걷다. (0) | 2025.10.16 |
---|---|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_2025년 10월 14일_꾸준함: 재능과 의지의 조용한 힘 (1) | 2025.10.14 |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_2025년 10월 13일_그림자에서 빛으로 (0) | 2025.10.13 |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_2025년 10월 12일 (2) | 2025.10.12 |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를 시작하며_2025년 10월 11일 (5) | 202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