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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_2025년 10월 16일_용기 내 한걸음 내어 걷다.

by SSODANIST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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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 한걸음 내어 걷다.

어제 아침은 그야말로 가을이었는데, 오후에 흐려지더니 늦은 밤까지 비가 내렸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 아침은 또 눈부시도록 밝은 가을이다.

비 내린 후 맑은 아침, 이 냄새가 좋다. 나뭇잎 끝에 겨우 매달려 다시 소생을 준비하는 물방울들과 어울려 신기한 향을 풍긴다. 정확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평생 달고 살아온 비염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 순간만큼은 후각이 세상에서 가장 발달한 동물이 되어 존재하는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은 아침에 처리할 일이 좀 있어 뛸 수가 없었다. 대신 출근하며 회사 도착하기 2정거장 전에서 내려 좀 걷기로 했다. 사실 몇 달째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일이다. '날씨 좋은 날 몇 정거장 걸어서 출근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늘 그랬듯 생각에만 머물렀다. 늘 피곤함이 먼저 귀찮음이 앞섰다.

 

오늘도 출근길 지하철은 만원이다. 기온이 내려간 탓에 에어컨은 거의 안 나오고 사우나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긴 옷을 꺼내 입었는데, 상하의 모두 땀으로 샤워를 다시 한번 한 느낌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다. 공기가 다르다. '출퇴근길이 걸어서 20~30분 거리고 이런 날씨라면,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왜 늘 이런 생각만 할까? 이렇게 2정거장 혹은 3 정거장 앞에서 내려걸으면 되었을 것을.

 

이 또한 용기가 부족한 탓이다. 그냥 해보면 될 것을 늘 생각만 하고, 이것저것 계산하고 고민하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느라 용기를 못 낸다. 그리고 늘 생각하다 잊어버리는 일의 반복. 걷기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회사 앞이 바로 역이니, 안일함에 용기를 못 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그냥 내렸다.

 

도곡역에서 내려 선릉역까지 넉넉히 30분을 빠른 걸음으로 기분 좋게 걸었다. 계절에 따라 사람의 옷이 바뀌는 모습, 출근길에 바쁜 거리, 등교하는 학생들, 혼잡한 차도와 경적소리. 복잡하고 사람 많은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거슬릴 모습들이다. 예전처럼 전날 소주 한잔하고 마주한 상황이라면 정말 마주하기 싫었을 광경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해 걷고 있는 이 순간이 참 평화롭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어느새 시원한 바람에 땀은 모두 식었고, 기분은 한층 맑아졌다.

 

단지 2정거장 일찍 내렸을 뿐인데, 하루가 달라졌다.


퇴근을 했는데 그 시원한 밤공기가 너무나 좋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정신 차려보니 체육관 앞이다. 오늘 아침 달리지 못했다는 불안함 때문인 것 같다. 아니, 불안함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아쉬움? 익숙해져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그랬다. 불편한 것을 익숙할 때까지 하고, 그러다 보면 중독이 되고, 결국은 전문가가 된다고. 나는 중독까지는 멀었고, 아직은 이제 막 익숙해지려는 단계인 것 같다. 그렇게 한 시간 땀을 쏟고, 손을 벌벌 떨며 집으로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몸이 노곤하고 졸리다. 오늘도 피곤하지만, 또 하루 약속을 지켜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절대, 제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라. 비교를 하려거든 자신의 최고의 순간과 비교하라."

나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아니, 어쩌면 지금 그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막 허물을 벗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아침 도곡역에서 내린 나, 퇴근 후 체육관을 향해 걸어간 나,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집에 돌아온 나. 이 모든 순간들이 모여 언젠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시작은 언제나 작다. 2정거장 일찍 내리는 것, 5분 더 걷는 것, 5분 글을 쓰는 것. 그런데 그 작은 시작이 모여 하루를 바꾸고, 하루가 모여 인생을 바꾼다.

좋은 생각, 건전한 자신감, 그리고 행복을 꿈꾸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도 걷자. 내일도 달리자. 내일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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