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었나?
주말 아침이다.
상쾌하게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조금 흐렸을 뿐 비는 오지 않은 전형적인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다. 다만 어젯밤에 내린 비 덕분에 낮 최고 기온이 8도 정도 떨어졌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섰는데 바람이 부니 이제는 상쾌한 기분보다는 약간 쌀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가을이 왔다.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더 떨어지고 산간 지방 고지대에는 첫눈도 예상된다고 하는 걸 보니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 실감 난다.
가을은 좋은데 아침부터 소음이 좀 거슬린다. 어제부터 에어쇼를 한다고 한다. 멀지 않은 곳에 살지만 관심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그냥 소음이다. 차라리 비행기 띄우고 행사하는 비용으로 군사 기술이나 국방에 도움 될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비상장 스타트업은 신발 사진 올리던 카페가 크더니 10조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의 안두릴 인더스트리 같은 회사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말 비교되는 현실이다.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그냥 아침에 받았던 느낌이라 적어 놓는다. 즐기고 기대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준비하고 시연하는 스태프들 모두 고생하는데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는 것도 좋은 감정은 아닌 것 같다. 빨리 이런 감정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아직도 머리는 밖으로부터 쏟아지는 무수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보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내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정신을 한 곳에 모으고 좌회전 우회전 하지 말고 되도록 가고자 하는 곳을 잘 보고 유지하며 가도록 해야겠다.
주말이지만 아침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체육관으로 향했다. 왜 나이를 먹으며 점점 아침 잠이 없어지는지 알 것도 같다. 평소의 불안함 중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이 늘 있었다. 벌써 마흔이다. 벌써 쉰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호랑이는 가죽이라도 남기는데 나는 무엇을 남기고 살아왔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돌아보니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아 너무 부끄럽고 늘 답답했기에, 그 초조함이 불안의 한 조각 정도는 만들어낸 듯하다.
그래서 늘 시간이 아깝다. 예전에 주말은 그냥 쉬는 날이었다. 퍼지는날... 에너지가 없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고 목표를 세우고 해보려고 하니, 운동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고갈될 듯하지만 운동하고 씻고 나와서 처음 느끼는 그 공기의 느낌이 너무도 좋고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체육관으로 가는 길을 조금 일찍 나와서 좀 돌아가는 길로 뛰어서 갔다. 웨이트 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면 좋다고 하여, 체육관에서 트레드밀을 걸으며 몸의 온도를 올리느니 차라리 맑은 공기 마시며 뛰면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많이 힘들이지 않고 적당히 체온을 올리고 체육관에 도착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열심히 뛰고 들고 당기고 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근육통이 있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통증이다. 갑각류가 탈피를 해야 더 크고 강해지듯 근육도 찢어지고 아물고 하면서 커 가고, 그에 비례하여 건강해지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또 오늘 하루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시작과 완성 사이에서
https://youtu.be/4VAA0UfnN9w?si=2mPeB7O9UQWYExxF
오늘 마무리 운동을 하며 동기부여 동영상을 한 편 시청했다. 덴젤 워싱턴이 수상 소감에서 했던 말이 있다.
"Never give up. Without commitment you'll never start, but more importantly, without consistency you'll never finish. It's not easy."
포기하지 마라. 헌신 없이는 시작조차 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 없이는 절대 끝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쉽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거울을 본다. 어제와 같은 얼굴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화 끈을 묶을 때, 책을 펼칠 때, 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 그렇게 늘 변화하겠다. 굳게 마음먹는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체육관 등록증을 끊는 순간도, 자기 계발서를 구매하는 그 찰나도 아니다. 진짜 변화는 그다음 날 아침, 몸이 무겁고 마음이 흔들릴 때 다시 일어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헌신 없이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의 무게를 이제야 이해한다. 진정한 헌신이란 완벽한 계획이나 충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불완전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도 첫발을 내딛는 용기, 그것이 헌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새해 첫날의 다짐, 월요일 아침의 의욕, 어떤 계기로 불타오르는 열정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화요일의 피곤함, 목요일의 권태, 토요일의 유혹 앞에서도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 눈부신 성과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날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날은 정말 힘들다. 몸은 무겁고, 마음은 흔들리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의문이 밀려온다. SNS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변화 스토리를 보면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 초라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완벽한 나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내가 되는 것이 목표인가. 답은 언제나 후자다.
변화는 극적이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예전의 내가 낯설어지는 것이다. 숨 가쁘던 계단이 이제는 가볍게 올라가지는 것, 한 페이지도 넘기기 힘들던 책이 어느새 반을 넘어간 것, 폭식으로 이어지던 스트레스가 이제는 산책으로 풀리는 것.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내가 정말 많이 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의 최고의 순간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It's not easy." 쉬운 것은 없다.
덴젤 워싱턴은 이 말을 빼먹지 않았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지만, 그 과정이 쉬웠다고 미화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의 말이다. 그렇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다. 힘든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힘든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불가능한 것은 노력해도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변화는 전자다. 힘들지만, 가능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 운동화를 신는 것, 건강한 식사를 선택하는 것, 한 페이지를 더 읽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때로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힘듦'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조금씩 강해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나처럼 변화를 향해 걷고 있을 것이다. 정신의 건강을 위해, 신체의 회복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어쩌면 지금 막 시작했거나, 중간에서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시작은 이미 용감했고, 지금까지 이어온 당신의 노력은 아름답다고. 오늘 넘어졌다면 내일 다시 일어서면 된다. 한 주를 쉬었다면 다음 주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건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의 과정에는 완벽한 직선이 없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때로는 옆으로 빗나가는 것 같은 날들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구불구불한 길들이 결국 당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간다. 헌신으로 시작하라. 일관성으로 이어가라. 그리고 쉽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걸어가라.
몇 달 후, 혹은 몇 년 후,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볼 것이다.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날들을.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변화는 어느 한순간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평범한 날들의 총합이었다는 것을.
당신의 오늘이, 그 빛나는 내일을 만들고 있다.
포기하지 마라.
시작했다면, 끝까지 가보자.
쉽지 않겠지만, 당신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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