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점점 추워진다. 손이 시리다
기온: 최저 -3도, 최도 7도
🌅 멈추지 않는 아침의 리듬
달리기 시작한 순간 오늘도 의식적으로 리듬을 만들지 않기로 한다.
아침 오후 내내 회사 이메일을 확인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 상사가 보낸 긴급 메시지, 고객의 클레임, 팀원의 질문들 저녁까지 계속됐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무겁고 마음이 복잡했다. '오늘 뭐부터 해야 하지?' '저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지?' '이번 주도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결심했다. 오늘은 통제하지 말자. 계획하지 말자. 그냥 흐르자.
발걸음이 알아서 속도를 찾도록 그냥 맡긴다.
처음엔 느렸다. 거의 걷는 속도. 괜찮다. 서두르지 않는다. 몸이 원하는 대로.
1분쯤 지나자 조금 빨라졌다. 자연스럽게. 억지로가 아니라.
3분쯤 지나자 편안한 속도를 찾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내 몸이 가장 좋아하는 속도.
그랬더니 마음의 긴장도 함께 풀려 나간다.
40대 후반을 살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할수록 오히려 무너진다는 것을 배웠다. 공황장애도 그렇게 왔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하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관리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흐름에 맡기면 신기하게도 강물이 흐르듯 일이 풀린다.
🌊 강요하지 않는 지혜
지난 주 아들과의 해프닝이 좀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의 성적을 우연히 봤다. 수학이 많이 떨어졌다. 학원을 보내고, 과외도 시키는데 왜 이럴까.
"너 요즘 공부 안 하지?"
"해요."
"그럼 왜 성적이 이래?"
"모르겠어요."
짜증이 났다. "모르겠다는 게 무슨 말이야? 학원비가 얼마인데.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버는데."
아들이 표정이 별로다. 아내가 실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내가 너무 심했나?' 하지만 동시에 '아니야, 아버지로서 당연한 거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달리면서 생각했다. 나는 아들에게 뭘 원하는 걸까?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그게 정말 중요한가? 아니면 내 불안을 아들에게 투사하는 건가?
나는 40대 후반 승진 경쟁에서 밀릴때도 있었고, 후배들이 나를 추월하기도 했다, 그리도 정년을 고민해야 하는 나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 그 불안을 아들에게 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달렸다. 답을 찾으려 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고.
집에 와서 노트를 펼쳤다. 글도 처음엔 두서없고, 마음도 어수선할 때가 많다.
"아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보였다. 성적 때문에.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 불안인 것 같다. 아들이 아니라 나를 봐야 한다."
쓰다 보니 명확해졌다. 문제는 아들이 아니라 나였다.
하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하나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날 밤, 우리는 처음으로 성적이 아니라 감정에 대해 진짜 대화를 나눴다.
🌿 억지로 만든 길 vs. 흐름이 만든 길
오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2주 동안 준비했다. 완벽한 자료, 완벽한 시나리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도 다 준비했다.
하지만 발표 10분 전, 누군가 말했다. "시간이 30분에서 15분으로 줄었어요. 절반만 하세요."
패닉. 뭘 빼야 하지?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한데.
5분 동안 미친 듯이 슬라이드를 재구성했다. 하지만 엉망이었다. 흐름이 끊겼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계획을 버리자. 그냥 흐름대로 가자.'
발표를 시작했다. 슬라이드 순서를 무시하고, 그냥 이야기했다. 왜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지,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지, 어떻게 할 건지.
15분이 금방 지나갔다.
놀라웠다. 2주간 준비한 완벽한 발표보다, 5분 만에 즉흥으로 한 발표가 더 좋았다.
왜? 억지로 만드는 길보다 흐름이 만든 길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노자가 말했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억지로 하지 않으면 못 하는 게 없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떻게 모든 게 되는가? 하지만 이제 안다.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건 게으른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른다는 뜻이다.
🪶 허락의 힘
"흐름을 허락하면, 길은 자연히 열린다."
이 문장이 오늘 나를 지탱한다.
우리는 허락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특히 40대 가장은.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야 하고, 집에서는 좋은 아버지여야 하고, 사회에서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어야 한다.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고,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무너진다.
토요일 오후, 아내와 장을 봤다. 마트에서 무엇을 살지 목록을 만들었다. 채소, 과일, 고기, 우유...
하지만 마트에 도착하자 아내가 말했다. "목록 말고 그냥 보면서 사자."
"그럼 빠뜨릴 수도 있잖아."
"괜찮아. 필요한 건 보이면 생각나."
반신반의하며 따라갔다. 그냥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을 샀다. 목록에 없던 것도 샀고, 목록에 있던 것을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괜찮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알차게 산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계획에 얽매이지 않으니까.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봐, 이게 더 좋지?"
맞았다. 통제를 놓으니 오히려 더 좋았다.
🕊 부드러움과 단단함
흐름은 부드럽고 자연스럽지만, 결심은 단단하다.
지난 일요일 아침은 유독, 일어나기 싫었다. 주말인데 왜 달려야 하나. 침대에서 더 자고 싶다.
하지만 일어났다. 왜? 결심 때문이다. 매일 달리기로 했으니까.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어떻게 달릴지는 통제하지 않았다. 그건 흐름에 맡겼다.
오늘은 천천히 달렸다. 거의 걷는 속도로. 괜찮다. 빨리 달려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공원을 지나며 벤치에 앉았다. 달리기 중간에 앉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었다.
5분 동안 앉아서 하늘을 봤다. 구름이 천천히 움직였다. 새들이 날아다녔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다.
평화로웠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달리기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두 힘이 서로를 잡아줄 때, 나는 무리하지도, 멈추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결심은 나를 움직이게 하고, 흐름은 나를 부드럽게 한다. 결심만 있으면 경직되고, 흐름만 있으면 방향을 잃는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으면 완벽하다.
🌙 오늘의 정리되지 않은 기록
집에 와서 노트를 펼쳤다.
오늘의 글은 처음엔 어지러웠다. 무엇을 쓸지 몰랐다. 아들 이야기? 발표 이야기? 장보기 이야기?
그냥 쓰기 시작했다. 순서 없이, 계획 없이.
"오늘 흐름에 대해 생각했다. 통제를 놓으니 오히려 더 좋았다. 아들과의 관계, 발표, 장보기, 달리기. 모든 것이 흐름 속에서 더 자연스러웠다."
문장 몇 개가 이어지자 어느새 제자리를 찾았다.
글이 저절로 써졌다. 억지로 구조를 만들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흐름이 생겼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불규칙했지만, 마지막에는 내 페이스를 자연스럽게 회복했다.
나는 오늘도 흐름 속에서 나를 믿는다.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나는 길을 찾는다. 철저하게 통제하지 않아도, 일은 풀린다.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삶은 흐른다.
☀️ 통제의 환상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옆에 앉은 청년이 노트북을 펼치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었다. 스케줄 관리 앱. 분 단위로 계획이 짜여 있었다.
6:30 기상
6:35 세안
6:40 아침 식사
7:00 출근...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나.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 무너졌다. 계획대로 안 되면 불안했고, 통제를 잃으면 패닉했고, 결국 공황장애가 왔다.
이제는 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삶이 더 선명해지는 날이 있다.
계획은 필요하다. 하지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통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흐름을 인정하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더 큰 지혜다.
알랭 드 보통이 말했다. "우리는 삶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삶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아들의 성적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들에게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발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날씨를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날씨 속에서 어떻게 달릴지는 선택할 수 있다.
🌊 내일의 흐름
내일의 나는 흐름 속에서 다시 길을 찾을 것이다.
오늘 배운 것: 놓아주면 더 많이 얻는다.
통제를 놓으니 관계가 좋아졌다. 계획을 놓으니 발표가 좋아졌다. 속도를 놓으니 달리기가 편해졌다.
역설이다. 붙잡으려 할수록 놓치고, 놓아주면 온다.
나비를 잡으려고 쫓아가면 도망간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나비가 어깨에 앉는다.
사랑도 그렇다. 집착하면 떠나가고, 자유를 주면 머문다.
일도 그렇다. 완벽하게 하려고 집착하면 엉망이 되고, 흐름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된다.
🌿 당신에게
혹시 당신은 지금 모든 것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나요?
완벽하게 계획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나요?
조금 놓아도 괜찮습니다. .
흐름에 몸을 맡겨보세요.
계획대로 안 돼도 괜찮습니다. 다른 길이 열릴 겁니다.
통제를 잃어도 괜찮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이 보일 겁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연스러운 게 더 아름답습니다.
강물을 보세요. 계획하지 않지만 바다에 닿습니다.
구름을 보세요. 통제하지 않지만 아름답게 움직입니다.
나무를 보세요. 억지로 자라지 않지만 하늘을 향합니다.
당신도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흐름을 허락하면, 길은 자연히 열립니다.
오늘도 나는 흐름 속에 있다.
통제하지 않지만 방향이 있다.
계획하지 않지만 목적지를 향한다.
흐름에 몸을 맡기면, 삶은 나를 올바른 곳으로 인도한다.
🌿 오늘도, 우리는 흐름 속에서 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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