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2월 1일_잊힌 취미 (What I Used to Love)_나를 회복시키는 것들

by SSODANIST 2025. 12. 1.
728x90
반응형

 


날씨: 맑음, 가을 햇살이 따뜻하지만 쌀쌀하다
기온: 최저 1도, 최고 11도


창고를 정리하다 기타 케이스를 발견했다.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언젠가 나는 기타를 치고, 책을 읽고, 가끔 혼자 영화도 보던 사람이었다. 주말 아침이면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고, 퇴근 후엔 기타를 꺼내 곡 하나쯤 연습했다.

언제부턴가 취미는 사치가 되었다.

"시간 나면 해야지" 하다가, 시간은 영영 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직급이 올라가고, 부모님이 편찮으시고... 하나씩 책임이 늘어날 때마다 취미는 조금씩 뒤로 밀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 취미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다

기타 케이스를 열었다. 줄이 늘어져 있었고, 케이스 안에서 곰팡이 냄새가 났다.

손으로 줄을 튕겨보았다. 음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조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말에 잠깐 기타를 잡아보았다. 손이 굳어서 코드를 잡기가 어렵다. C코드를 잡으려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는다. G코드는 더 어렵다. 예전엔 쉽게 했던 것들인데.

그 어설픔이 오히려 웃음을 준다.

"내가 이것도 못하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잘하려는 게 아니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내가 좋아했던 것을 다시 만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말했다.

"인간은 일만으로는 살 수 없다. 그에게는 놀이가 필요하다."

 

놀이. 그 단어가 얼마나 오래간만인지.


💪 좋아하는 것을 잃으면 나를 잃는다

나이 들면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되면 좋아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믿었다. 취미는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고, 나처럼 바쁜 사람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Flow)'의 개념을 연구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좋아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할 때라고 말했다.

일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성공도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것에 빠져드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 자신의 일부도 잃어버렸다.

기타를 치던 나, 책을 읽던 나, 영화를 보며 감동하던 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회사와 집을 오가며, 가장의 역할만 하다 보니, 나는 역할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아니라.


🏃‍♂️ 취미는 영혼의 회복이다

며칠 전 아내가 물었다. "당신 취미가 뭐예요?"

순간 멈칫했다. 취미? 달리기? 글쓰기?

"달리기요."

"그게 취미예요? 그건 운동 아니에요?"

아내의 말이 맞다. 달리기는 취미라기보다 건강을 지키고, 정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 수단이다. 

진짜 취미는 뭘까?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것. 잘하지 못해도 상관없고, 남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고, 그저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

그런 게 있었나? 예전엔 있었다. 지금은?

달리기는 체력의 회복이고, 기록은 마음의 회복이다. 그렇다면 취미는 영혼의 회복이다.

세 가지 중 하나만 빠져도 사는 게 삐걱거린다.

몸만 건강하면 뭐하나. 마음이 메말라 있는데.
마음만 건강하면 뭐하나. 영혼이 갈증을 느끼는데.


🔥 취미를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인 물리학자였지만, 동시에 열정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사람들은 물었다. "그렇게 바쁘신데 어떻게 바이올린을 연습하십니까?"

그는 대답했다.

"바이올린이 없었다면 나는 물리학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음악은 내 사고의 다른 차원을 열어줍니다."

 

취미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창조의 원천이다.

윈스턴 처칠은 영국 수상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이끌었다.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그는 매일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이 내가 전쟁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습니다."

 

취미는 도피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빌 게이츠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바쁘다. 재단 운영, 강연, 투자... 하지만 그는 매년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가진다. 1주일 동안 혼자 오두막에 들어가 책을 읽는다.

그는 말했다.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입니다."

 

생산성은 일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쉼에서도 나온다.


🌙 오늘의 달리기, 오늘의 기록

5분을 뛰고 돌아와 노트를 편다.

"괜찮아, 예전만큼 잘하지 않아도."

이 문장을 적다가 내 아이를 떠올렸다. 나도 아이에게 늘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좋아하는 거야."

이제는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줄 때가 되었다.

기타를 잘 치지 못해도 괜찮다. 책을 천천히 읽어도 괜찮다. 영화를 보다 졸아도 괜찮다.

좋아하는 것을 다시 좋아해도 괜찮다.


☕️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취미는 사치가 아니라 살기 위한 장치다.

나는 다시 예전의 나를 조금씩 꺼내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러도 좋다.

오늘 기타 줄을 갈았다. 다음 주말엔 코드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언젠가는 곡 하나쯤 완주하고 싶다.

책장에 쌓인 관심없었던 책들도 다시 펼쳐볼 것이다. 하루 10페이지라도 괜찮다. 한 달이면 300페이지, 1년이면 3,600페이지. 작은 책 10권은 읽을 수 있다.

영화도 다시 보고 싶다. 혼자, 조용히, 팝콘 없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숲으로 갔다. 의도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내 취미로 돌아간다. 의도적으로 나를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 오늘, 당신에게 묻습니다

혹시 당신도 잊어버린 취미가 있나요?

창고에 먼지 쌓인 악기가 있나요?
책장에 읽지 못한 책이 쌓여 있나요?
예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그 무언가를 포기했나요?
"시간 나면 해야지" 하며 미뤄둔 것이 있나요?

다시 시작하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예전만큼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입니다.

취미는 사치가 아닙니다. 영혼의 호흡입니다.
취미가 없으면 우리는 질식합니다.
천천히, 조용히, 알아차리지 못하게.

오늘, 먼지 쌓인 무언가를 꺼내보세요.
오늘, 좋아했던 그것을 다시 만져보세요.
오늘, 당신 자신을 다시 만나보세요.


🌾 나는 역할이 아니라 사람이다

나는 가장이고, 직장인이고, 아들이고, 아버지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나는 기타를 치던 사람이고, 책을 읽던 사람이고, 영화를 사랑하던 사람이다.

그 사람을 잃어버리면, 나는 껍데기만 남는다. 역할만 남는다.

취미는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부터 나는 다시 나를 찾아간다.
조금씩, 천천히, 서툴게.

그리고 그 과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것이 니까.


내일도,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할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