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초는 대체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심지 않았는데 저절로 나서, 농사를 망치거나 쓸데없이 자라는 풀'이다. 이 정의의 핵심은 '사람이 원하지 않는' 혹은 '쓸데없는'이라는 주관적인 판단에 있다. 자연의 시계로 보자면 그저 한 포기의 풀일 뿐인데, 인간의 효용성에 의해 단 하나의 이름, '잡초(雜草)'로 묶여 버린 존재들이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정체성이 있다는 뜻이다.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질경이는 질경이답게, 괭이밥은 괭이밥답게 고유한 생존 방식과 색깔을 가지고 이 땅 위에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 속에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살아가는 방법을 새겨 넣었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그 수많은 고유한 이름을 지워버리고, 단지 우리가 베어내야 할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잡초'라는 획일적인 꼬리표를 붙여버린다.
어쩌면 잡초가 가장 치열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일지도 모른다. 곱게 가꾸어진 화단의 화초는 끊임없는 보살핌을 받지만, 잡초는 굳은 아스팔트 틈, 척박한 땅, 발길이 닿는 길모퉁이에서 기어코 햇볕을 찾아 고개를 내민다. 그들의 생존력은 절박하며, 그 절박함은 '잡초'라는 멸시를 견디고 자신의 이름을 지켜내고자 하는 본능적인 몸부림처럼 보인다. 우리가 그들을 제거하려 들수록, 그들은 더욱 뿌리를 깊게 박고 번식하며 자신의 존재를 외친다. "나는 잡초가 아니다. 나는 달맞이꽃이다. 나는 망초다."
이 잡초의 운명은 비단 식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도 수많은 '잡초'가 존재한다. 주류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비인기 직종들, 혹은 우리의 편견 속에서 오해받고 소외된 이웃들까지. 우리는 그들의 고유한 삶의 방식, 개성, 재능을 보지 않고, '실패자', '비주류', '평범한 다수'와 같은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려 규정해 버린다. 마치 괭이밥과 쑥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잡초"라고 말하는 것처럼.
결국 잡초의 진짜 이름을 찾는 일은 외부의 대상을 향한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과정이다. 우리가 서둘러 '잡초'라고 규정짓고 베어내려 하는 대상 속에 숨겨진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 작은 풀 한 포기에게도 부여된 '이름'이라는 정체성을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세상은 덜 폭력적이고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무심코 잡초를 밟고 지나간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그 작은 풀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 속에서 '잡초'가 아닌, 자기만의 이름을 가진 생명체의 고요한 외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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