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가 23시 10분을 가리킨다. 11월의 마지막 날, 12월을 맞이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50분.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은 단순한 날짜의 경계가 아니다. 334일 동안 써 내려온 삶의 기록을 되돌아보고, 마지막 한 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생각하는 순간이다.
지난 11개월을 돌아본다. 이루지 못한 계획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작은 성취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함께 웃었던 날들, 혼자 깊은 시름에 잠겼던 밤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수고했다고, 잘 버텨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기까지가 아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날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리고 경험으로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첫 장의 설렘도 좋지만,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한 권의 책 전체를 정의한다. 12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지나온 11개월의 기억마저 다르게 물들 수 있다. 12월은 그저 다음 해를 기다리는 대기실이 아니다. 이 한 해의 가장 의미 있는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한다.
남은 한 달을 잘 보낸다는 것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일들을 해내는 데 있다. 미처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고, 바쁘다는 핑계로 밀어뒀던 책을 꺼내 읽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무리하지 않는 균형 잡힌 생활을 실천하는 것. 내년의 계획에만 집중하느라 현재를 놓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발견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시작할 때보다 끝낼 때 더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 그 즐거움은 성과에서 오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이 시간을 마무리했다'는 충실함에서 온다. 그 충실함만이 우리를 후회 없는 새해로 데려갈 수 있다.
이제 곧 12월이다. 2025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뿌듯함으로 채울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설령 지난 시간을 반성했더라도, 마지막까지 스스로에게 따뜻하고 관대한 마음으로 좋은 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하면 잘 마무리했지' 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12월이 되기를 바란다.
11월 30일 자정 ssoda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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