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위안의 경제학
부바이 쫀득쿠키 열풍이 말하는 것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사람들은 줄을 선다. 개당 오천 원에서 만 원을 호가하는, 손바닥만 한 쿠키 하나를 사기 위해서다. 두바이 쫀득쿠키, 줄여서 두쫀쿠라 불리는 이 작은 디저트가 2025년 하반기부터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품절 대란은 일상이 되었고,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BBC를 비롯한 해외 언론까지 주목할 정도로 이 열풍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관심사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디저트 유행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립스틱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다. 경기 불황기에 전체적인 소비는 줄어들지만, 립스틱과 같은 저렴한 화장품이나 소규모 사치품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 불황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심리적 만족감과 위안을 얻으려는 소비 심리에서 비롯된 경제 현상이다.
실제로 우리가 직면한 경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2026년에도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7년간 평균 성장률이 1.7%에 불과하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장기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더 비관적이다. 2025년 성장률을 0.7%로 전망하며, 이를 한국 경제 전망 역사상 최대폭 하향 조정이라 표현했다.
세계 경제도 만만치 않다. 국제통화기금은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한다. 이는 2025년 3.2%보다 낮은 수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관세 전쟁, 미·중 패권 경쟁이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고조되고 있으며,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투자는 2024년 마이너스 3.0%에 이어 2025년 마이너스 6.1%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업률은 2.8%에서 3.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러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두쫀쿠 열풍은 탄생했다.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한다. 자동차를 바꾸지 못한다. 해외여행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만 원짜리 쿠키 하나는 살 수 있다. 그 작은 사치가 주는 위안은 크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독특한 식감, SNS에 올릴 수 있는 인증샷,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는 소속감. 이 모든 것을 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스몰 럭셔리 소비 패턴이라 부른다. 인하대학교 이은희 명예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직접 경험해보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분석한다. 두바이 쫀득 쿠키는 명품 소비처럼 진입 장벽이 높은 상품이 아니라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대여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확산 요인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열풍이 침체된 디저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의왕시의 한 디저트 카페 대표는 판매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의 한 베이커리는 12월 들어 매출이 기존 대비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은 쿠키 하나가 소상공인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쫀쿠 열풍은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의 유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의 징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큰 소비를 포기하고 작은 위안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립스틱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수록, 실제로는 경제가 더 어렵다는 역설적 신호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2027년에도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대 저성장 터널에 갇히는 셈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30년처럼 우리도 잃어버린 5년을 예약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혁신 기업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이 현상이 주는 긍정적 메시지도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부바이 쫀득쿠키를 먹으며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SNS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것은 인간의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작은 위안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만 원짜리 쿠키가 주는 행복은 일시적이다. 진정한 경제 회복,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가 없다면 이러한 립스틱 효과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두쫀쿠 다음에는 또 다른 작은 사치품이 등장할 것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큰 꿈을 포기한 채 작은 위안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2026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작은 위안에 만족하며 저성장의 늪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다시 도약할 것인가. 부바이 쫀득쿠키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경제와 사회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솔직하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싶은가?
작은 쿠키 하나가 던지는 이 무거운 질문에,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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