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이라는 이름의 친구
2025년 1월의 마지막 날에
창밖으로 1월의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서른 번의 해가 뜨고 졌고, 이제 서른 한 번째 해가 저무는 중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나 싶으면서도,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새해 첫날 다짐했던 것들, 계획했던 것들, 그리고 어느새 잊혀진 것들. 이 모든 것이 뒤섞인 채 1월의 끝자락에 서 있다.
문득 회한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1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이 단어가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것 같다. 아직 한 해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회한을 느끼는 건 조금 이른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 감정은 부인할 수 없이 진실하다.
회
한(悔恨). 뉘우치고 한스러워함. 사전적 정의는 간단하지만, 이 감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젊은 시절에는 회한을 단순히 후회와 같은 것으로 여겼다. 잘못한 일에 대한 반성,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회한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십 대 후반을 살아가는 지금, 회한은 내게 낯선 손님이 아니라 익숙한 친구가 되었다. 이 친구는 때로 밤늦게 찾아와 옛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생각들이 끝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없는 생각 속에서 우리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회한이 깊어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삶을 더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무심하게 흘려보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 성찰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아쉬움들. 회한은 우리가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회한과 함께 살아가되, 회한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것.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것을 경계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과거를 다시 살 수 없다면, 현재를 새롭게 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회한을 느끼는 것과 회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1월의 마지막 날, 나는 회한을 느낀다. 새해에 세웠던 계획 중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던 다짐을 어긴 순간들에 대해.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다. 내일이면 2월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직 열한 달이 남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매일 아침, 우리에게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회한은 우리에게 과거를 돌아보게 하지만, 그 목적은 과거에 머물기 위함이 아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함이다. 지나간 한 달을 후회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다음 한 달에 적용하는 것. 그것이 회한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이 아닐까.
매일 오분 쓰고, 오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날들도 있었다. 아예 쓰지 못한 날도 있었고, 달리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회한이 밀려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날 다시 펜을 들고, 다시 신발 끈을 묶는 일이었다. 회한을 느끼되, 그것이 다음 행동을 멈추게 하지 않는 것. 그게 전부였다.
1월의 마지막 해가 완전히 졌다. 어둠이 내린 하늘을 보며 생각한다. 내일이면 2월이다.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된다. 1월에 대한 회한을 가슴에 안은 채, 하지만 그것에 발목 잡히지 않은 채로. 회한은 나의 친구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주고, 때로는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무심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회한이여, 고맙다. 네가 있어 나는 더 깊이 성찰하고, 더 진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잠시 쉬어도 좋다. 내일은 또 다른 시작이니까. 그리고 나는, 오늘의 회한을 내일의 용기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2025년 1월 31일, 마지막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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