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씨: 맑음, 설 연휴 첫날의 고요함
- 기온: 최저 -2도, 최고 15도 , 요즘은 강원도가 더 덥다.
오늘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회사도 없고, 약속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다.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런데 이상하게 불편했다. 가면을 벗어야 하는 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평일에는 가면이 있다. 팀장으로서의 가면, 능력 있는 직원으로서의 가면, 완벽한 아빠로서의 가면. 역할이 있으면 편하다. 역할이 나를 정의해주니까. 하지만 연휴에는? 아무 역할도 없는 날에는? 나는 누구인가.
아침 내내 집에서 멍하게 있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71일간 매일 글을 쓰고, 6개월 넘게 매일 달리고, 매일 성장한다고 했는데.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나는 여전히 어색했다. 가면 없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점심, 혼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솔직하게 적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가면을 벗으면? 완벽한 팀장 뒤에는 불안한 48세가 있다. 자신감 있는 아빠 뒤에는 여전히 공황장애를 달고 사는 중년이 있다. 강한 남편 뒤에는 아직도 아내에게 기대는 사람이 있다.
적으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홀가분했다. 인정하니까. 가면 뒤의 진짜 나를. 71일간 글을 쓰면서 조금씩 가면을 벗었다. 불완전함을 드러냈다. 공황장애를 인정했다. 두려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면이 많이 남아 있다.
저녁, 아내와 내일 고향 강원도 가는 준비를 했다. 선물을 챙기고, 짐을 꾸리고. 고향에 가면 또 다른 가면이 기다린다. 효자 아들, 건강한 아들, 성공한 아들. 부모님 앞에서 나는 항상 괜찮아야 했다. 걱정 끼치면 안 되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하고 싶다.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다. 진정성의 용기. 가면을 벗는 용기. 48년을 살면서 이제야 배운다.
🌱 오스카 와일드 - "자기 자신이 되어라"
저녁, 오스카 와일드의 글을 읽었다. 그의 유명한 말. "Be yourself;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 (자기 자신이 되어라. 다른 모든 사람은 이미 누군가 하고 있으니까)." 짧지만 깊다.
와일드 자신은 어떠했을까. 19세기 영국. 동성애자였던 그는 평생 가면을 써야 했다. 진짜 자신을 숨기고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결국 드러났을 때 감옥에 갔다. 하지만 감옥에서 쓴 글에서 그는 말했다. "가장 용감한 사람은 진짜 자신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감옥에서 나온 후 그는 짧게 살다 죽었다. 하지만 마지막 말이 유명하다. "나는 내 시대와 싸웠고, 내 자신과 화해했다." 진짜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힘든 싸움이고 가장 중요한 화해라는 것을.
48세의 나는 아직 그 싸움 중이다. 가면을 벗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71일간 글을 쓰면서 조금씩. 완벽하지 않음을 드러내면서. 공황장애를 인정하면서. 두려움을 표현하면서. 조금씩 진짜 내가 되어가고 있다.
💪 가면을 쓰고 살았던 세월들
노트를 펼쳐 내가 써온 가면들을 적었다. 솔직하게. 20대 내내 능력 있는 척했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했다. 두려워도 당당한 척했다. 가면이 나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켜준 게 아니라 가뒀다.
30대는 완벽한 가장 가면을 썼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했다. 걱정돼도 든든한 척했다. 무너져도 강한 척했다. 아내도, 아들도, 부모님도 진짜 나를 몰랐다. 가면 뒤의 나를.
40대는 더 두꺼운 가면을 썼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가면도 두꺼워졌다. 팀장의 가면, 선배의 가면, 어른의 가면. 감정을 숨겼다. 약함을 숨겼다. 진짜 나는 어디 있는지 몰랐다.
1년 전 공황장애가 왔을 때 가면이 깨졌다. 강한 척할 수 없었다. 괜찮은 척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가면 없는 나를 누가 좋아할까. 하지만 깨달았다. 가면 없이도 사람들이 나를 받아줬다. 아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진짜 나를 보였을 때.
🏃♂️ 오늘의 달리기 - 연휴의 달리기
오늘 아침 달리기는 연휴 분위기였다. 평소보다 공원이 한산했다. 사람들이 적었다. 조용했다. 혼자 달렸다. 가면 없이.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공원에서 달리는 것은 특별하다. 팀장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그냥 달리는 48세의 남자.
7분을 뛰었다. 뛰는 동안 생각했다. '달리기는 가면이 없어. 숨이 차면 차는 거고, 힘들면 힘든 거야. 숨겨지지 않아. 몸이 정직하니까.' 6개월 넘게 달리면서 배운 것 중 하나. 달리기는 진정성의 훈련이다. 몸이 거짓말을 못 하니까.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내일 고향에 간다. 부모님을 뵙는다. 오랜만에. 가면을 쓸 것인가, 벗을 것인가. 이번에는 조금 더 벗어보자.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것도, 힘들었다는 것도,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것도. 그래도 괜찮다. 진짜 아들을 보여드려도.
🔥 진정성을 보인 사람들
점심시간,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찾았다. 브레네 브라운의 연구가 나왔다. 취약성과 진정성을 평생 연구한 학자. 그녀가 수천 명을 인터뷰했다. "삶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답은 하나였다. 진정성이 있었다.
"그들은 가면을 쓰지 않습니다. 완벽한 척하지 않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합니다. 약함을 드러냅니다. 진짜 자신을 보입니다. 그래서 진짜 관계를 맺습니다. 진짜 관계에서 진짜 행복이 옵니다."
반대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은? "완벽한 척합니다. 가면을 씁니다. 취약함을 숨깁니다. 진짜 자신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립됩니다. 가면만 사랑받고 진짜 자신은 사랑받지 못합니다. 그것이 가장 외로운 삶입니다."
48세의 나는 후자였다. 가면을 쓰고 살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도 혼자였다. 진짜 나를 아무도 몰랐으니까.
🌙 저녁의 진정성 점검
밤 9시, 노트에 "나의 가면 목록"을 적었다.
아직 쓰고 있는 가면들:
- 회사에서: 모든 것을 아는 선배 가면
- 가족에게: 완벽한 아빠, 든든한 남편 가면
- 부모님께: 걱정 없이 잘 사는 아들 가면
- 친구들에게: 성공한 중년 가면
- 나 자신에게: 이미 다 극복했다는 가면
벗어야 할 가면들:
- 완벽한 척하기
- 모르는 것 아는 척하기
- 힘들 때 괜찮은 척하기
- 공황장애 다 나은 척하기
- 두려움 없는 척하기
벗으면 어떻게 되나:
- 처음에는 불편하다
- 하지만 가벼워진다
- 진짜 관계가 생긴다
- 진짜 나를 사랑받는다
- 진짜 행복이 온다
내일 고향에 가면 조금 더 벗어야겠다. 부모님께. 힘들었다고,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그래도 잘 살고 있다고. 진짜 아들의 모습을.
☕️ 48세, 진정성의 시작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48년을 가면을 쓰고 살았다. 너무 많은 가면을 너무 오래 썼다. 가면이 얼굴이 됐다. 진짜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1년 전 공황장애가 왔을 때 가면이 깨졌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가면이 깨진 것이 선물이었다. 진짜 나를 찾는 기회였다. 71일간 매일 글을 쓰면서 조금씩 찾았다. 가면 뒤의 나를. 두려워하는 나, 불완전한 나,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나.
내일 고향에 간다. 부모님을 만난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진짜로 만나고 싶다. 진정성의 용기를 내고 싶다. 가면 없는 아들로.
✨ 진정성 있게 사는 법
노트에 실천 방법을 적었다. 첫째, "가면 인식하기".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 알아야 벗을 수 있다. 둘째, "작게 벗기". 한 번에 다 벗을 수 없다. 하나씩. 셋째, "안전한 곳부터". 가장 믿는 사람에게 먼저.
넷째, "불완전함 드러내기". "사실 이게 힘들어", "모르겠어". 이런 말들. 다섯째, "감정 솔직히".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슬프고. 연기하지 않기. 여섯째, "역할 내려놓기". 팀장도, 아빠도, 남편도 잠깐 내려놓기. 그냥 나로 있기. 일곱째, "꾸준히". 진정성은 하루아침에 안 된다. 매일 조금씩.
🌟 오늘의 약속
눈을 감으며 다짐했다. 내일 고향에 간다. 부모님을 만난다. 가면을 조금 벗겠다. 힘들었다고 말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하겠다. 진짜 아들로 있겠다. 진정성의 용기, 그것이 진짜 관계의 시작이다.
고향으로 간다.
부모님을 만난다. 조금 더 진짜로. 가면 없이.
진정성의 용기,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