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내리기시작하더니
오늘 아침 까지 지속 비가 이어졌다.
뭐 그러다가 또 오후에는 쨍하게 해가 비추기도 했다.
참 변덕스러운 알다가도 모를 날씨다.
예전에는 비오는 것을 참 좋아 했던 것 같다.
비내리는 처마 밑에서 연기 가득 뿜어내며 담배 피우던 기억
(금연하지 15년이 되었는데 아직 그 향기, 그 무드 그대로 기억이 난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던 기억들
비오는 주말 빗소리를 들으며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던 기억들
파전 한장 빈대떡 한장 시켜놓고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던 추억
돌아 보면 비에 관한 좋은 기억들이 참 많다.
그런데 비가 오는 것이 직업상 별로 도움되는 상황은 아니라
언제부턴가 눈도 포함 비오는 날씨를 별로 안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것의 연쇄 작용인지 비가오면 걷기도 불편하고
우산들기도 귀찮고 운전하기도 불편한 기분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비오는 날이 별로 반갑지도 않다.
사람은 상황에 맞춰 사는 동물이라고 하더니
식성 바뀌듯 기호도 바뀌는 것 같다.
그렇게 싫은 비오는 날도 이렇게 내리는 봄비는 좋을 때가 있다.
늘 출퇴근 운전으로 다니던 길을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분명 아무것도 없던 장소 였는데
비를 시원하게 맞은 꽃들이 갑자기 만개한 모습이 보일때가 있다.
불편하기는 해도 봄소식 전해 주는 전령이기도 하고
비가 있어 꽃들이 활짝 피고 봄을 맞이하고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일 수 있으니
때되면 내려주는 비에 고마워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매년돌아오는 건강검진이 있었다.
회사덕분에 매년 좋은 상품으로 대우를 받으며 검진을 하고 있다.
미루다 연말에 하게되면 대기도 많고 일정 잡기도 쉽지않아
이번에는 아예 연초에 해치워 버렸다.
아직 3월이니 좀 이른 감이 있었는데
왠걸 검진센터가 미어 터지는 것 같았다.
연초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하는 줄은 몰랐다.
역시나 5천만 인구 중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혼자 약은척 해봐야 ...뛰는 놈 위에는 항상 나는놈이 있다.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운다.
늘 강북삼성 수원센터에서 검진을 했는데
이번에는 이사 후 집에서 까가운 판교에서 진행 했다
진행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보면 역시나 강북 삼성이 한수위이기 한데
전문 검진기관으로는 나름 체계를 잡아가는 것 같고
전산화가 아직좀 모자라기는 한데
이것을 직원들의 친절로 커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검진 후 원내 카페테리아에서
잔치국수와 야채죽 중 선택하여 무료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양이 작아 부담스럽지 않고 간이 약해서 자극적이지 않다.
개인적으로 잔치국수가 훨씬 맛있었다.
하루 굶었더니 조금더 자극적인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 것 같다.
추적 검사를 위해 늘 같은 장소에서 하면 좋은데
가끔 이렇게 변화를 주는것도 나쁜것 만은 아닌것 같다.
나름 만족 스러운 검진이었다.
금주한지 거의 3달째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검진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긴장되도 걱정되 되었다. 이건 뭐 늘 그런것 같긴 하다.
늘 술때문에 대장이 걱정이었는데
작년에 했기에 이번에는 대장 내시경 검사 신청을 안했다.
장청결제를 마시기 싫어서 안했다는게 더 정확한것 같다.
매번 그렇지만 정말 대장내시경 약은 역해서 못마시겠다. ^^;;
그리고 40대 중반이다 보니 꼭 챙겨야 할
위내시경, 뇌 MRI, 심장 초음파, 동백경화 등을 했는데
검사 중에 별이야기 없으신걸 보니 큰 병은 다행히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늘 술독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늘 대장과 위내시경 결과가 초미의 관심 사였다.
늘 2~3개 폴립도 제거했던 지라 걱정이 안되는 것이 더 이상 하다
그런데 이번 위내시경은 위염이 없을 정도로 깨끗했고
고질병이었던 역류성 식도염도 없이 깨끗했다.
이전에 145/90정도이던 혈압도 110/70정도로 지극히 정상 이었다.
술이 참 몸에 나쁜 거였나 보다 ㅎ
더 자세한 결과는 2주후에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수 있겠지만
역시 술을 끊으니 몸이 회복은 확실히 되는것 같다.
고지혈증이랑 간수치 그리고 통풍 수치가 잘 나오면 좋겠다.
종합병원에서 표준의 건강한 몸으로 탈피하는 원년이 되면 좋겠다.
금주 3개월이 흘렀고 중간점검을 했는데
검사에 큰 탈이 없었으니 절반의 성공은 이룬것이다.
이제 운동도 주기적으로 하고 잠도 잘 자고, 수면 보조약품도 줄이고
1년만 유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통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시도할때
시작이 반이라고들 이야기 하는데
난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야할 길이 구만리 인데 무슨 시작이 반인가?
한 30%는 진행되야 그래도 시작의 의미를 두어 반 정도라고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금주를 마음먹고 3달이 흘렀고 검진을 받고 일부 문제가 없었기에
나름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과도 꼭 별 문제 없었으면 좋겠다.
검진을 받으면 중간중간 책을 읽는데
몇 년전 주변에 선물로 주려고 사비로 만들었던
책갈피의 장식이 툭하고 떨어졌다.
버릴 수가 없어 들고 왔는대 이 또한 추억이 되었다
해시태그로 쓰기도하고 삶의 재미를 적어둔 것이기도 한데
이제 "읽고, 마시고, 여행하고, 행복하라"에서
"마시고"는 빠져야 할것 같다. ㅎ
고민해서 다른 것으로 대체를 하는 방향을 생각해 봐야겠다.
이렇게 보니 나도 내 삶도 참 단순한 것 같다.
책 읽기라는 지극히 평범한 취미에
술을 좋아하니 많이 마셨고
틈나면 이리저리 쏘다니며 여행하고
그로써 행복한 사람이었다.
단순하지만 나름은 행복한 주문인것 같기도 하고...
그것 중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고
동의어 처럼 여겨졌던 술이라는 절대 극강의 즐거움이 줄었지만
여전히 별 문제 없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마시고"를 대체할 뭔가를 진지하게 찾아봐야겠다.
그 또한 하나의 목표가 될수 있겠다.
여전히 금주는 문제 없이 진행 중이고
검진도 큰 문제가 없어 나름 기분이 괜찮은 하루였다.
몸짱까지는 아니지만 건강걱정 하지 않는 몸상태는 만들어 볼 생각이다.
언젠가 100%를 이루었다는 글을 쓰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소소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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