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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2024년 4월 13일, 금주 104일째

by SSODANIST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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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에 금주를 선언하고

요즘 자기 계발을 한다고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다른 것에는 욕심이 별로 없는데

배우는 것에는 늘 목마름이 있어

주제를 한정지어 놓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아침 여유가 보장되는

금요일 밤에는 거의 새벽 늦게인지 아침일찍 인지 모를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시계가 새벽 4시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잠이 들었는데

토요일 아침 루틴을 지키려고 일찍 일어나다 보니

오후에는 눈이 감겨왔다.

이제 2틀씩 날을 새우며 일하고 놀고 하던 나는

과거와 기억 그리고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다.

 

졸음이 쏟아져서 잠시 낮잠에 빠졌던것 빼고는 특별한 것 없는 주말이었다.

오전은 루틴은 늘 동일했다.

주니어 픽드랍, 사우나, 서점, 집.

너무도 평화롭고 마음에 들게 틀에 정확하게 맞춰진 일정이다

난 이렇게 컨트롤안에 딱 맞춰있는 삶이 너무도 좋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니어와 사는 이야기를 하며 교감할 수 있고

집의 bathtub이 제공하지 못하는 여러 만족을

사우나에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서점이야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니 더 할 나위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르게 된 서점에는 

정말 세상은 넓고 좋은 책과 읽고 싶은 책이 많은 것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주었다.

3권을 골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나왔다.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이미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도 한가득이어서

오늘은 일단 참아보기로 했다.

빨리 사놓은 책들을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사야겠다.

그러고 보니 배우는 것 말고 책 욕심도 많다. 

이동진 평론가 님이 약 2만 권 정도 서재에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 미래에 어느 시점에는 작은 서점이나

개인 서재공간은 집과 분리해서 꼭 하나 가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오늘은 거의 여름이었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근접했다.

더 이상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되는 계절이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머리도 잠시 식힐 겸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려고

전 여자친구와 근처 카페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에 신현리가 있어 

신상카페 찾아다니는 재미가 솔솔 하다.

오늘 찾아간 곳은 빵구매를 위해 가끔 들르는 곳으로

빵이 맛있는 베이커리 겸 카페인데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빵을 몇 종류 사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금주 전에는 카페 가는 걸 정말 별로 안 좋아했었다.

사실 내 돈 내고 커피를 사서 마신적도 별로 없다.

왜냐하면 우선 케페인에 과민반응하는 

아주 전근대적인 몸을 보유하고 있기에

커피랑은 애초 잘 맞지 않는다.

또한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얼음 빼면 정말 양이 사악하게 적은데 4~5천 원 이상이고

빵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비슷한 빵처럼 보이는데 가격은 두 배가량 한다.

그래서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고 커피맛도 잘 모르며

앉아서 휴대전화만 볼 거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찾아가서 머무르며 쉬고 생각하고

맛있는 것을 즐긴다 생각하니 또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술 마실 때는 전혀 군것질은 없었다.

심지어 어머니는 " 어떻게 밥하고 술 만 먹고 사냐 "고 하신 적도 있다.

그런데 금주를 하고 난 후  맛있는 것을 찾게 되고 

입속 감각들이 정상화되며 새로운 맛들이 궁금해진 것 같다.

이젠 군것질이 일상이 되었다.

살만 안 찌면 된다. 

이것도 경험이다. 많아마시고 많이 먹자.

 

저녁에는 오랜만에 공놀이(스크린골프)를 했다.

나는 필드 나가는 것은 등산을 간다고 하고

스크린골프는 공놀이라고 한다.

필드에 나가면 여기저기 와이파이처럼 날아가는 

공을 찾아 이언덕 저언던 이산으로 저산으로

참 많이도 오르고 내려 등산이나 효과가 비슷하며

스크린 골프는 전자 오락 같지만

그래도 진짜 장비를 가지고 공을 맞추는 게임이니

공놀이를 한다고 표현한다.

 

꽤 오래 봐오는 멤버이다.

필드도 같이 가고 술도 가끔 마셨고

제주도에 가서 골프를 칠 정도로 가까운 분들이다.

각자가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메신저로 가끔 안부만 주고받았는데

오후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정말 번개였다.

술을 끊고 난 후 외부 활동이 별로 즐겁지가 않아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이렇게 찾아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감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6개월 전부터 만지지도 않았던

캐디백을 챙겨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멤버도 같고 분위기도 같았지만

술은 없었고 이야기만 가득했는데

나가기 싫지만 역시 막상 나가니 충분히 즐거웠다. 

6개월이나 쉬었는데 나름 공은 잘 맞아 나갔고

스코어도 나쁘지 않았으며

서로의 근황도 듣고 미래 이야기도 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내가 먼저 가끔 안부를 묻고

공놀이도 좀 하자고 권하기도 해야겠다.

 

이러한 만남처럼 가끔은 소중한 인연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자주 만난다고 친한 것 이 아니다.

만나는 횟수와 친밀도는 어느 정도 정비례하겠지만

절대적으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가끔 연락하고 이렇게 가끔 보지만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맞고 결이 맞는 사람들이라면

그 횟수가 절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내가 힘들 때나 좋은 때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같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데 인생곡선에 따라

사람을 대하고 만남과 이별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나도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뚜렷이 알게 되었다

힘이 있을 때는 간 쓸게 다 빼줄 것 같지만

인연 끝났다 싶으면 안면몰수 하는 이들을 많이 봐 왔고 자금도 보고 있다.

 

어떤 인연은 오래 안 봐도 구실을 만들어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하는데

어떤 인연은 지척에 있어도 마치 본인이 다 해내고 얻은 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나서 날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이 나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사람을 아낀다

그래서 나도 늘 시간을 내서 누군가를 찾아가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안 바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시간이 나면 누구든  뭐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시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공놀이를 하자 연락을 해준 분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최근  누군가를 일부러 시간 내어 찾아간 적이 있던가?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전화 한 통이라도 문자한통이라도 먼저 일부러 시간 내어해 보자

그러한 인연들이 쌓이고 연결되 주위에 좋은 인연들이 가득해질 때까지.

 

나름은 바쁜 듯 또 그 사이에서 여유를 찾으며

소중한 것을 배우고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금주는 여전히 잘 진행 중이며

특별하지만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은 주말 평안하길 빌며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 지길 격하게 응원한다.

그대들의 삶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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