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6월22일, 금주 174일째, 일도 쉼도 최선을 다한다.

by SSODANIST 2024. 6. 23.
728x90
반응형

 

일기예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기분 좋은 주말이다.

새벽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내리던 비가 하루 종일 시원하게 쏟아졌다.

저녁때  잠시 소강상태였는데

11시간 넘어가는 현재는 다시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다.

 

예보상으로는 내일까지는 계속 올 것 같은데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뜨거웠던 날씨 때문에

잔뜩 말랐을 대지가 충분히 물기를 머금었을 것이기에

농사일하시는 분들도 한시름 덜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비피해는 없이 

꼭 도움 될 만큼만 비가 내렸으면 한다.

비오는 분당동의 아침

직업의 특성상 날씨에 극도로 예민하게 10여 년을 살았다.

비 오는 것도 눈 오는 것도 신경 써야 했고

얼음 얼고 바람 불고 미세먼지도 영향을 받았으니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한번 반가웠던 적이 없었고

함박눈 내리는 12월 겨울이 한 번도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신경을 좀 덜 써도 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비만 오면 넉을 놓고 쳐다보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한참을 서서 창밖을 바라보면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주말아침 네스프레소 한잔

원래 탄산이나 이온음료를 즐기지 않았기에

자주 마시는 것은 물 아니면 술로 아주 단순했다.

커피도 불가피한 경우 아니라면 지양하는 편이었다.

심장도 빨리 뛰고 잠도 잘 안 오는 것 같아

일부러 좀 피하는 편이었다.

어디 미팅 가서도 차를 권할 때 남들처럼 커피 달라고 하면

준비하시는 분들이 편할 텐데

늘 혼자 다른 음료를 주문하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꼴 보기 싫었을 것 같다.

누군지 모를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여하튼 요즘은 잠에서 깨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커피머신으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내려 마시는 것이다.

물을 많이 넣어 커피를 내리면 구수한 숭늉 같은 느낌으로

목마름도 해소하고 잠도 깰 수 있어 선호하게 되었다.

사람이란 정말 변화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한잔도 겨우 마시던 커피를 요즘은 3잔까지도 마시고

잠도 잘 자고 있으니 신기할 일이다.

 

오늘은 커피를 내려 전여자 친구가 만들어준 파스타로 아점을 먹었다.

마흔 중반이 넘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파스타와 커피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술을  끊지  않았다면 평생을 살고도 알지 못했을 조합이고

시도조차 못해봤을 경험이다.

술을 끊고 참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만족하고 있다.

 

오늘은  주말 기존의 루틴에 추가하여 몇 가지를 더하며 알차게 보냈다.

아주 오랜만에 피부과에 다녀왔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얼굴에 뭔가가 자꾸 올라오는데

그냥 두고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근처의 차량매매단지 전시장에 가서 차를 구경하고

(원래 차를 좋아한다. 차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까도 고민했었다)

어떤 차가 잘 팔리는지 차량시세는 어떠한지 경기는 어떠한지

이런저런 궁금한 정보도 얻고 몇몇 차는 시승도 해보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 오랜만에 전여자 친구와 둘이서 극장에 갔다.

인사이드아웃 2편을 봤는데

딱 주인공 나이의 자식이 있어서 그런가

정말 많이 공감을 하고 많은 힌트를 얻었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본인의 내면을 잘 컨트롤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영화였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치킨을 시켜 셋이 영화를 한편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파묘를 VOD 서비스를 봤는데

역시 왜 영화가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연기자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분명 쉬는 날이었는데 뭔가 정말 부지런히 쉬지 않고 

꽉 채운 하루를 보낸 것 같다.

피곤은 한데 시간은 허투루 쓰지 않았음에 나름 뿌듯한 시간이다.

 

늘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하고

내 인생에 주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스스로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견뎌낸 만큼 충분히 보상받는 시간이 올 거라 믿는다.

 

모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남은 주말 편안하길 바란다.

 

모든 하루에 행운과 함께 하길 빈다.

 

잘 자라!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