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오랜만에 비가 온다. 괌에가고싶은 날이다.
기온: 최저1도, 최고8도
눈을 뜨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정표가 아니다.
아이 학원비 자동이체 날짜, 부모님 건강검진 예약, 회사 월말 보고서, 차량 보험 갱신, 명절 준비, 친척 결혼식 축의금…온갖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마치 이메일 받은편지함처럼 계속 쌓인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메일이 도착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먼저 운동화를 집어 든다.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몸을 먼저 움직인다. 머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몸을 움직여야만 마음이 풀리는 순간들이 있다.
🌱 책임은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부담이 줄 줄 알았다.
아이들이 크면 좀 나아질 거라고, 직급이 오르면 여유가 생길 거라고, 나이가 들면 뭔가 편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오히려 늘어간다.
아이들이 크니 학원비가 더 늘어나고, 진로 걱정이 더 깊어진다. 직급이 오르니 책임이 더 무거워지고, 결재 한 번에 담긴 무게가 달라진다. 부모님이 나이 드시니 병원비가 늘고, 건강 체크 항목이 많아진다.
가장은 늘 더 많은 것을 품어야 하고, 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길은 없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이 당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삶이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삶이 나에게 준 역할이 가장이라면, 나는 그것을 감당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 책임은 무겁지만, 나를 똑바로 세운다
가끔 생각한다. 책임이 없다면 어떨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면, 내 시간만 쓸 수 있다면,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다면.
혼자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주말에 늦잠 자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자기 돈을 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책임이 무겁기는 하지만, 그 무게 덕분에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뿌리가 깊은 나무처럼, 무게중심이 낮아서 쓰러지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버티고 서있고 견뎌낸다.
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말했다.
"사랑은 책임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이다."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 그래서 책임을 진다. 책임이 사라지면 사랑도 희미해질 것이다.
얼마 전 회사에서 동료가 말했다. "형은 힘들지 않아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힘들지. 근데 그게 내 인생인데 뭐. 내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
그 말을 하고 나서 책임은 짐이지만, 동시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침 달리기가 나를 정리해준다
새벽 공기가 차갑다. 비가 조금씩 온다 하지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라 우산을 쓰고 걷기라도 할 요량으로 일단 나간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머릿속의 소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학원비, 보고서, 병원 예약… 생각들이 여전히 맴돌지만, 다리를 움직이며 숨을 몰아쉬는 순간 그 무게는 잠시 내려놓아진다.
달리기는 도망이 아니다. 정비다. 마음을 정비하고, 생각을 정돈하고, 다시 책임을 질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책임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책임에 짓눌리지 않을 방법은 있다.
매일 5분의 달리기와 5분의 기록. 이 작은 의식이 내 마음을 정리해 준다.
달리며 머릿속이 비워진다. 쓰며 마음이 정돈된다. 그리고 다시 하루를 마주할 힘이 생긴다.
🔥 책임을 짊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넬슨 만델라는 27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는 언제든 자유를 선택할 수 있었다. 투쟁을 포기하고, 정치를 떠나고, 조용히 살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 남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남아프리카 전체가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석방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책임이 자유를 만든다. 역설적이지만 진실이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 직전,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과 맞서야 했다.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항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았다. 그의 등 뒤에는 조선 백성이 있었고, 그것이 그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계에 이렇게 썼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12척 뿐이라 싸우지 않을 이유보다는 아직 12척이라는 마음으로 싸웠다.
책임은 도망칠 이유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싸울 이유를 만든다.
🌙 오늘의 달리기, 오늘의 기록
5분을 뛰고 돌아와 책상에 앉는다.
걱정들은 여전히 내 등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숨이 고르게 쉬어지고, 땀이 식으며,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노트를 펴고 펜을 든다.
"책임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가슴이 조금 가벼워진다.
책임이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도 내 존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거운 책임조차 감사하게 느껴진다.
☕️ 책임이 나를 의미 있게 만든다
40대 후반이 되어 깨닫는다.
(내가 글에서 40대 후반임을 강조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이제 살아갈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기 위함이다.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메멘토모리라고나 할까? )
가벼운 삶이 좋은 삶은 아니라는 것을. 책임이 무겁다는 것은 내 삶이 누군가에게 중요하다는 의미라는 것을.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말했다.
"모든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나는 가족과 만났고, 회사와 만났고, 사회와 만났다. 그 만남들이 책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임이 나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책임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그저 떠도는 존재일 뿐이다.책임이 있기에 나는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아들이고, 직장인이다. 그리고 그 역할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 오늘, 당신에게 묻습니다
혹시 당신도 책임이 무겁다고 느끼시나요?
매달 빠져나가는 돈들이 부담스럽나요?
해야 할 일들이 끝없이 쌓여 있나요?
가족, 직장, 부모님… 모두를 챙기기에 너무 벅찬가요?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나요?
괜찮습니다.
그 마음, 나도 압니다. 매일 느낍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당신이 무거워하는 그 책임은 당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하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당신이 없으면 무너질 것들이 있다는 것,
그것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 지쳐도 됩니다. 가끔 쉬어도 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만 마세요.
당신의 책임은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 책임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볍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한 번 더 움직였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책임은 우리를 무겁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의미 있게 만듭니다.
책임이 없는 자유보다, 책임이 있는 삶이 더 값집니다.
왜냐하면 그 책임 속에는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랑하기에 책임을 집니다.
책임지기에 더 깊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순환 속에서 나는 성장합니다.
🌅 내일도, 나는 책임을 지고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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