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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2024년 4월 4일, 금주 95일째,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by SSODANIST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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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될것 같다.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긴옷 아래로 끈적한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이 되었다.

걷는 것을 좋아하고 주중의 루틴으로

추우나 더우나 비오나 눈오나 5천보 이상을 걸어 보려고 하는데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고 생각한지 2주도 안되어 

벌써 땀이나는 계절이구나 생각하니 좀 서글프기도하고

기후가 정말 많이 변한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오늘은 논현에서 출발 도산공원 가로수길을 걸어 돌아왔다

곳곳에 벚꽃은 이미 만개하여

살랑살랑부는 바람에 떨어져 날리는 것도 보였다.

25년 전 고등학교 시절 가까운 공원에서 벚꽃이 떨어지면

종이 소주잔에 떨어지는 벚 꽃잎을 받아 새우깡 안주로

깡소주를 낙화주라고 부르며 많이도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참 낭만이라는것이 있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사는것이 삭막해 지는것 같다.

(물론 요즘은 절때 학생이 술을 마시면 안된다. 예전엔.....)

 

따뜻해진 탓인지 코로나가 끝난탓인지 가로수길은

이전에 비해 많아진 외국인들로 상권이 오랫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두손 가득 종이가방을 들고 웃으며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을 보니

왠지 생기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다만 이태원의 상권이 죽으면서 만들어진 풍선효과라는 분석이있어

조금은 씁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이유라도 좋으니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과 함께 거리가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오랫만에 귀에 콩나물(에어팟)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보통은 두리번 거리며 차소리 사람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자연스럽게 다니는것을 좋아하는데

오늘따라 그냥 음악이 듣고 싶었다.

특별히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주로 90년대 그 이전의 조용한 노래를 즐겨 듯는 편인데

오늘은 애플뮤직을 뭔가 잘못 조작 했는지 

흥겨운 노래가 한곡 흘러나왔다.

멜로디가 익숙했고 기분이 좋아졌다.

 

90년도후반 대학교 시절 많은 사람들 몸을 들썩이게 했고

기분좋게 만들어줬던 코요태의 노래 '실연'이었다.

잠시 추억에 젖어 몇 번을 다시 듣기는 했다.

그 시절 좋았던 기억 풋풋했던 시절 아련한 추억들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주로 떠올랐다.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이 있는것 같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예전생각에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 속 열정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 신지씨의 앳된 모습처럼

나도 그 시절 어린시절을 열정적으로 살았을까?

갑자기 궁금해 지고 그리워 졌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신지씨도 나이를 먹었구나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의 코요태가 좋은 추억들 기억들을 

소환해주어 감사할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9uMaep9rlI

 

몇번을 돌려듣고 "역시 노래는 옛날 노래지" 라고 혼잣말을 하며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왔던 길을 힘차게 걸어서 돌아갔다.

이제는 즐거운 노래도 좀 골라서 들어야 겠다.

즐거운 노래를 듣고 기분도 좋아지고 

기분도 전환 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약이 또 있을까?

여튼 오랫만에 그분이 업되어 산책을 했다.

이런 좋은 것들은 잊혀지지말고 지속 어떤 방법으로든

재생산 되었으면 좋겠다. 

후대에 또 후대에도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만들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걷다가 또 하나 그리운 것을 만나게 되었다.

당장 그립다기 보다는 앞으로 그리울 것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것 같다.

 

회사 근처에 사랑방 처럼 들르던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작은 규모자만 커피맛과 수제청으로 만들 과일에이드는 수준급이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그리고 나른한 오후가 되면

직원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는 했다.

그리고 이직, 전직 인생삼담 등 중요한 논의와

결정을 할때도 많이 방문해서 정들었던 곳인데

한동안 못갔는데 오늘 보니 폐업을 하고 내부 철거 중이었다.

최근 근처에 카페가 많이 생긴다 싶었는데

결국 또 다른 기술과 향과 맛에 자리를 내어주고

기억의 뒤로 잊혀짐을 택한 것이다.

여기가 아니더라고 다른 장소에서라도 다시

꼭 이전에 그 향을 세상에 전했으면 한다.

 

음악도 그렇고 카페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것이 잊혀져갈때가 있는것 같다.

일년이 지나고 어쩌면 세대가 지나고 

세상의 리더가변하고 권력지형이 변하면

모든것은 다시 자리를 잡고 순서도 변하며

잊혀지는것들과 기억속에 다시 자리잡는 것들이 있다.

 

20년이 넘은 노래도 잊혀져가고 기억되고를 반복하고 할것이고

2016년 부터 저 자리에서 커피 향을 전하더 카페도

8년을 여러사람들에게 기억되다가

이제 잊혀질 준비를 하고 있는것이다.

원하던원하지 않던 아니면 잊혀지지 않기위해 애를쓴다 해도

언제간 우리모두는 잊혀지 질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잘 준비 해 나가야 할것 같다.

과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잊혀짐이 달라질것 이다.

가능 하면 오래되록 기억되다 좋은 기억으로 잊혀지면 좋지 않겠는가?

 

결국 과거를 잘 준비한다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겠다 것의 다른말이다.

현재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잊혀져 가는 것이니

잘 잊혀지기 위해 순간 순간을 아껴야 겠다.

그리고 매초 분 시간을 열정있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열정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잊혀지고 싶다.

 

오늘 멀지 않은 예전 노래를 들으며

그리고 문을 닫는 카페를 보며

문득 잊혀져 가는 모든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되었다.

술을 마시고 생각했으면

온갖 그리운 감정 다 꺼내놓고 눈물을 뚝뚝 흘렸을 지도 모른다. ^^;;

하지만 금주중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급 센치해 져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우리모두 좋게 잊혀지는 서로가되자!!

 

금주는 순항중

감정은 안정적

그리고 매일에 감사하며

오늘도 잘 지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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