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 아닌 금주가 99일째라니 믿을 수가 없다.
아직도 부어라 마셔라가 익숙하고
술 한잔 들어가면 음량조절이 안 돼 술집이 떠나가라
입에 침튀기면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던 내가...
술 좀 취하면 초점 없는 눈빛을 하고는
대학생이 된것마냥 개똥철학을 떠들던 내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다시 시작한 월요일 문득 변한 내가 좀
어색하다는 생각을 해보며 금주 일기를 시작해 본다.
반복되는 월요일이었지만
또 돌아보면 평소와는 다른 것들이 있는 한 주의 시작이었다.
주말에 걸린 몸살 탓에 힘들게 일어났고
그래서 그런지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 하루였다.
언제부턴가 몸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긍정의 말귀를 되뇌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뇌는 거짓말을 이해 못 한다고 하니
긍정적인 생각으로 뇌를 속일 수 있다면
아픈 컨디션이 조금은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플라세보 인지는 모르겠으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아무렴 부정적인 생각보다야 몸에 좋지 않을까?
루틴은 지켜야 하니 아픈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왔다.
컨디션 생각해서 조금만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루틴이라는 것이 몸에 익으니 생각 없이 따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버릇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습관을 바꾸려면 최소 21일이 필요하고
이 바뀐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평균 66일이 걸리며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단군신화의 곰도 100일이 아닌 실제로는 21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을을 먹어 사람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21일이 우연의 숫자는 아닌 것 같다.
뇌를 이해시키고 몸을 익숙하게 하는 최소의 투자 시간이랄까?
여하튼 아픈 것도 잊도 늘 걷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를 인지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온갖 핫한 매장들 사이로 사람들의 행복과 열정을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걸었다.
잠시만 걷기로 했지만 결국 평소 걷고자 하는 5 천보 이상을 걸었고
거의 4km 걸어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
걷고 나니 상의는 거의 땀에 젖어 있었고
기진맥진 목이 말라왔다.
이제는 물병을 들고 걸어야 할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목이 더 탔는지도 모르겠다.
자주 걷는 몇 가지의 코스가 있는데
오늘 걸었던 루트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적당히 언덕이 있고, 공원도 거쳐갈 수 있고
평소에도 사람들 분비는 장소이기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떠한지
북적거리는 매장은 어디인지
요즘은 어떤 팝업을 하는지
핫한 음식은 무엇인지 등
여러 유행을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점쳐볼 수 있다.
때로는 잡지를 여러 권 보는 것보다
눈으로 몇십 분 직접 보는 것이 훨씬 감각에 큰 도움이 된다.
봄이 되고 걷다가 잘 정돈된 화단을 가진 매장을 지나쳤는데
오늘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도산공원 정문 앞에 메종사우스케이프 앞의 작은 정원인데
처음에는 꽃들이 너무 생생해 보이고 색이 진해서
조화인 줄 알았는데 몇 번을 지나치며 색이 바뀌고
모양이 변하는 것을 보고 생화 꽃밭인걸 알게 되었다.
관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많은 사람 지나다니는 장소에
꽃을 가꾼다는 결정도 어려웠을 텐데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요즘은 벚꽃 개나리 등 몇몇 개를 제외하고는
야생화도 많이 줄어 꽃 보기 어려운 환경인데
이렇게 인위적으로라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큰 기쁨인가
누군지 모를 꽃밭 조성자에 크게 감사한 하루였다.
오늘 위의 미니 화단을 보면서 생각난 글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맥락이었다.
" 내 집의 정원보다 공원의 조경이 아름다워 지면 선진국이 된 것이다"
그런 것 같다. 내 집 앞도 잘 가꿔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공원을 더 깨끗이 하고
환경에 함께 신경 쓸 수 있다면 정말 선진국이 아닌가 싶다.
그냥 경제만 성장한다고 선진국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의 수준이 함께 성장해야 진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 가면 경제순위는 우리나라 보다 낮지만
조경과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고
사람들이 시민의식이 높은 국가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잘 조성된 아름다운 공원을 보며
내 집 마당처럼 가꿀 수 있는 미래가 오길 바래본다.
땀 흘리며 걸으며 작은 꽃밭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은 탓인지
확실히 퇴근할 즈음에는 컨디션이 올라왔다.
아프다고 생각하니 더 아픈 것 같고
힘들다고 생각하니 더 힘든 것 같다
이런 생각들로부터 벗어나야겠다.
더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과 기운 들로 주위를 채워야겠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이 겐이치가
인간이 변하는 방법에는 3가지 밖에 없다고 했다.
첫 번째는 시간배분을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는 장소를 바꾸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교류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의미한 것이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참 새로운 결심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인간이 변하기는 어려우니 위의 3가지 방법을 기초로 하여
현재를 바꾸는 방법으로 활용해 보려고 한다.
첫째 더 좋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든다.
둘째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둔다.
셋째 에너지가 넘치는 장소에 자주 간다.
이렇게 해보고도 안되면 인간이 변하는 방법을 쓸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더 좋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 흡수한 에너지를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혼자만 에너지가 넘쳐 살아남으면 무엇하겠는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에너지가 넘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아프고 나니 에너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역시 약해지면 강해지고 싶은 법 ㅎ
몸관리 마음관리를 더 잘해야겠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혼자몸이 아니니
아픈 것은 나 혼자만 생각하여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
몸이 아파 자동 금주가 진행 중이며
그럼에도 머리는 맑다
좋은 기운들이 지속 들어오는 느낌이다.
아직도 더 많이 채워야 빈 곳이 많지만
조금이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환절기 모두 건강하길 기원하며
힘든 인생 격하게 응원한다.
내일의 해는 당신을 뜨겁게 비추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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