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있는 날이었다.
투표는 지난주 토요일 먼저 했기에
주중의 가운데인 수요일에 주어진 달콤한 휴식이기도 했다.
휴일에 대한 계획은 벌써 다 세워져 있었고
어제는 새벽 늦게까지 책을 보고 영상도 보고 공부를 좀 하며 시간을 보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아무리 날을 꼬박 새우거나 잠을 거의 못 자도
늘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냈는데
이제는 몸의 보상 기전이 확실하다.
잠을 못 자면 다음날 피곤하고 졸리며 쉬는 날은 분명 늦잠을 자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이럴수록 더욱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력보강을 해야 하는데
늘 말로만 글로만 열심히 하고 있어 깊게 반성 중이다.
지금도 개표방송을 틀어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전 여자친구는 관심 없는 사람들은 정말 관심이 없는데
나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결과만 보면 되지 친척이 출마한 것도 아닌데
실시간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개표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 이상해 보인 것 같다.
나 만큼은 다 관심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데
아닌가 보다. 나는 사실 현재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에 속한다.
정치도 많이 바뀌었고 지형도 사람도 이념도 변해서
어느 순간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사실 정치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초중고 대학, 그리고 대학원을 지나며
정치에 관심을 키워 정치 모임도 하고 교육도 듣고
선거도 돕고 나름 많은 활동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적어도 내 모든 일상생활 불편함의 시작은
정치라고 믿고 살아왔고 그 정치가 바뀌면 삶이 바뀐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치가 주는 배신감과
정치가 보여주는 무기력감에 신물이 났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관심도 사람도 모임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 말고도 세상을 바꿀 더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바른 사람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는 것을.... 정치는 그들의 역할도 두고
나는 나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관심을 남겨두고
국민으로 지속 감시자의 역할은 해야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본다.
이전에는 정치가 낭만도 있었고
진정성도 있고 정의감도 충만해 보였는데
이젠 정치에서 더 이상 그럼 모습을 찾지 못하는 것도
관심이 시들해진 이유 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늘 깨어있던 시민정신의 상징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정치를 기반으로 삶은 진보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나는 한 명의 국민으로 국민의 역할은 충실히 해야겠다.
선거일이자 휴일인 오늘은 어떻게 보냈을까?
주니어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기에 약속장소에 데려다주고
근처에 주차를 하고 전여자친구와 광역버스 그것도 이층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명동으로 향했다.
그냥 보너스처럼 주어진 하루를 보너스처럼 소비하고 싶었는데
그러한 소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가 명동이었다.
별생각 없이 즐겁게 맛있는 것을 먹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많이 걸어서 아픈 종아리와 많이 먹어 부풀어 오른 배를 잡고
다시 버스를 타고 졸면서 돌아오는 그런 일정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정치이야기를 하면 시작한 낮술이
저녁으로 밤으로 새벽으로 끊임없이 계속되었을 날이지만
완전히 분위기를 바꿔보았다.
명동에 갔으니 명동성당부터 한 바퀴 둘러보고
먹거리 볼거리 찾아 만보를 훨씬 넘게 걸었다.
나도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듯 하지만
또 나가면 즐거워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종교가 없으니 건축물을 보고 사람구경하는 게 전부인데
이상하게 성당에는 교회에서는 안 느껴지는 뭔가 모를 경건함이 있다.
죄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고 용서받아야 할 것 같고
뭐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보다는 좀 거부감이 덜 한 것 같다.
사실 그런면으로는 사찰이 제일 편하기는 하다.
날씨도 좋고 관광길도 뚫려 많은 인파로 성당이 가득했다.
인파를 피해 좋은 타이밍에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을 좀 했다.
명동은 언제나 그랬듯이 외국인 많았다.
지나가면서 들리는 언어는 한국어 보다 외국어가 훨씬 많다.
코로나를 전후해서 관광객이 줄어 정말 시즌에 가도
한산한 때가 많았는데 앤데믹과 함께 다시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언제 코로나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회복된 모습이었다.
상인들도 서울시도 우려가 많았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니 명동 더워서 기분이 좋았다.
생동감 넘치고 살아있는 듯한 모습
그것이 명동의 원래 모습이다.
강가에서 돌을 주워다 의미를 붙여서 팔아도 팔려야 거기가 명동인 것이다.
인파에 휩쓸려 쇼핑도 하고 군것질도 하고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다.
군것질은 군것질이고 밥은 먹어야 하니
명동에 왔으니 명동교자를 맛봐야 한다.라고 전 여차 친구가 말했다.
사실 명동교자 & 칼국수는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경험을 해보겠다고 하니 실망하면 어쩌지 걱정을 하며
칼국수와 교자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웬걸...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모두 딱 자기 스타일이라고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겉절이 김치도 맛있다고... 안 먹었으면 어쩔 뻔..
감사하게도 맛있게 먹었다고 하니 다행이고
자주 못 데리고 가줘서 미안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좀 자주 나가야겠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백화점에 들러 생일선물로
선글라스도 하나 사주고 또 남대문을 열심히 걷고
줄을 한참이나 서서 야채 호떡도 하나 먹고
유명한 약국에 들러 상비약도 좀 샀다.
옷도 좀 사고 피어싱도 하고 (전 여자친구)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매장들을 둘어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가족 상봉을 했다.
확실히 술 마시고 시체놀이 하는 것보다.
낮술 마시며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건강하고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럴 때 술 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밖에 외출하면 화장실 3~4번은 기본이었는데
오늘은 단 한 번도 화장실을 찾질 않았다.
금주하고 바뀐 정말 좋은 습관과 버릇과 증상 중의 하나다
화장실을 안 찾아도 되니 동선도 안 꼬이고 흐름도 안 끊기고
같이 다니는 사람 불편하게도 안 하니 정말 좋다.
이렇게 국가에 배려해 준 하루의 휴일을
나름은 알차게 즐겁게 재충전하며 보냈다.
예전에는 집에서 쉬는 것이 재충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즐겁게 생활하고 생각하면 그것도 에너지가 충분한듯하다.
금주는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 문제가 없고
나름 더욱 즐겁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이 더 좋아지고 있다.
각자 믿고 투표한 후보가 당선되었길 빌며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은 또 최고의 하루가 되길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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