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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2024년 4월 9일, 금주 100일째, 어쩌다 100일 째

by SSODANIST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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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축"

드디어 마의 금주 100일을 넘어섰다.

100일을 목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100이라는 숫자에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도 태어나면 100일을 축하하고

사랑하는 연인도 만난 지 100일을 기념하지 않던가?

나도 금주 100일을 소소하게 글로 남기며 축하해 본다.

케이크가 있거나 화려한 파티는 아니지만

좋아하고 중독되어 있던 알코올로부터 프리해져서

100일이라는 긴 시간 잘 견뎌즌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하루다.

오늘 같은 날은 축하 하며 샴페인이라도 한잔 해야 하나?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역시나 아직 멀었다. ㅎ

 

아침부터 100일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좋은 기운이 하루 종일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날씨는 미세먼지 없이 화창했으며

기온은 빠르게 걸으면 살짝 땀이 나는

딱 걷기 좋은 20도 정도였다.

유난히 동료들과 함께 많이 웃었던 날이며

퇴근도 좀 일찍 했는데 러시아워도 없이 

시원하게 뚫려있는 도로를 안전히 운전해서 귀가했다.

 

술을 마실 때는 24시간 술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소주 한 병을 마시면 보통 7시간 정도가 걸려야

완전히 해독된다고 하는데 최소 2 병이상을 마셨고

주 5일에서 6일가량 술을 마셨으니

물리적으로 늘 취해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매주 4일 정도는 외부에서 약속이 있었으며

2번 정도는 귀가해서 혼자서 마시는 나쁜 버릇도 있었다.

약속이 없어도 약속을 만들어 

늘 술을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술 취한

한 마리의 하이에나처럼 살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정말 안 좋은 버릇 중 하나는

술을 잘못 배워서 안주를 잘 안 먹는 것이었다

그러니 늘 깡소주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술도 일찍 취하고 위장은 늘 고생이고

정신력으로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졌다.

술을 몸이아닌 뇌로 마셨다니..^^;;

그 또한 체력을 고갈시킨 주요 원인인 것 같다.

 

밖에서 그렇게 며칠을 마시면 집에서 안마실만도 한데

어쩌다 약속이 없는 날이면

일찍 귀가해서 씻자마자 

과자부스러기를 꺼내놓고 

또 소주를 한병 두병 비우기 일쑤였다.

늘 핑계는 있었고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일도 힘들었고

어떤 날은 사람이 힘들게 하고

어떤 날은 일찍 취해서 잠들어야 했고

어떤 날은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올 것도 같았다.

모두 핑계였다.

그냥 술을 마시고 싶었고

술에 중독되어 있었으니

나도 모르게 술 마실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뿐이다.

 

나중에는 혼자 마셔도 소주 두병 정도를 마시면 기억이 가물거리고

밖에서 마시는 술자리도 50% 기억나는 날이 드물었다.

그래서 늘 술자리가 끝나고 다음 날이면 동행에게

실수는 안 했는지 묻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전증도 너무 심해져서

술을 안 마시거나 긴장을 하면 앞에 앉은 사람들이

눈치를 챌 만큼 손떨림이 심한 지경까지 갔었다.

 

사람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러다 보니 겁도났고 걱정도 되었다.

머리가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이 심한 것 아닌가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간수치는 늘 정상수치를 많이 넘어섰고

위장장애 때문에 늘 소화불량이 있었고

마시면 늘 쓰러져 잤으니 역류성 식도염은 달고 살았다.

술을 지속 먹기에 통풍은 고칠 엄두도 못 냈었다.

그러다 결국 이런 이유를 종합하여

작년 12월 31일 금주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된 것이다.

 

100일째인 오늘 

돌아보니 참 무식하게도 술을 마셨다

술과 무슨 원수를 진 것도 아닌데

마치 세상의 술들을 모두 마셔서 없애겠다는

의지로 엄청나게도 마셔댔다 것 같다.

충분히 즐기면서 마실 수도 있었는데

늘 빨리 마시고 취해서 기절하고

또 그 기운으로 버티다가 술기운이 다할 때쯤

또 다른 알코올을 추가하여 생명을 연장하고

이런 하루의 연속이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었다.

 

이제는 술에서 자유로워지고

견디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내 삶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컨디션 조절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머리에서 생각하는 의지대로 최대한 움직이고 있다.

돌아보면 잘 지내었다고 생각하지만

늘 술에 취해 지낼 때는 정말 생활이 엉망이었다. 

놓치는 것도 많고 귀찮아서 안 한 것도 많으며

피한 것도 많고 포기한 것도 많다.

몸이 늘 안 좋고 정신이 맑지 않으니 

생활이 정상일리가 없었다.

 

이렇게 한번 눈 딱 감고 마음먹으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 주저했는지 모르겠다.

오만가지 이유가 있었고

하지 말아야 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느끼지만 뭔가 하지 않을 이유는 많다.

해야 할 이유는 늘 적다.

하지만 그 한 번을 이겨내면 된다.

 

만족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

내가 싫어하는 것 하기 싫은 것을 잘 해내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잘 해내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따라온다.

술을 왜 조금 더 일찍 끊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결정하고 해내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해내는 나 자신에게도 만족하지만

금주를해야할까를 누군가 묻는다면

당연히 하라고 권하고 싶다.

금주 후 생긴 좋은 변화들 맑아진 생각들

건강해지는 몸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다.

술 마시는 것에 조금이라도 우려가 있는가?

아주 조금이라도 금주 생각이 드는가?

그럼 과감하게 끊어보는 것을 권한다.

해보고 별로면 다시 마시면 될일 아닌가.

후회 없을 테니 꼭 시도해 보길 바란다.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아 루틴을 지키려 적당히 걸었다.

어제의 반대편으로 걸었고

이름 모를 꽃들을 만났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는 산책이었다.

봄은 참 좋은 계절이자 위대한 계절인 것 같다.

 

이 위대한 계절 봄을 지나며

난 태어나 나름의 가장 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위기가 없는던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늘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표한 시간은 꼭 지켜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참 잘 참아냈고 

그랬기에 많은 것이 변했고

나도 변했다고 말하고 싶다.

꼭 좋은 변화만 있도록 만들고 싶다.

 

남들에게는 그저 똑같은 화요일이고

총선전, 휴일의 전날이지만

나에게는 금주 100일이라는 나름의 의미 있는 날이었다.

꼭 오늘과 같이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도

매일매일 지나가는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여

특별한 날들을 만들 수 있도록해야겠다.

어쨌거나 인생에 다시는 못 올 특별한 하루 아닌가

 

금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긍적의 에너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마음도 많이 차분해지고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다시 생기고 있다.

내일 101일로 시작 365일이 되는 날까지

더 많이 바뀔 자신이 기대 되는 밤이다.

 

고단한 인생의 단비 같은 휴일 

투표는 꼭 하고 평안한 하루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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