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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2024년 4월 18일, 금주 109일째, 고통은 나눈다고 반이 되지 않는다.

by SSODANIST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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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외투를 입지 않고 집을 나섰다.

짧고 얇은 옷과 전혀 이질감이 없는 날씨다.

이제 여름이라도 해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

계절의 구분이 바뀌어야 하는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봄이 짧아 지고 여름이 왔고

가을이 오나 싶다가 겨울이 올 것이며

점점 더 뚜렷한 사계절은 없어질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있을 가장 추울 겨울과

잠시만 온화할 봄과 가을을 최대한 경건하고 감사하게 마주해야겠다.

 

오전에 외부 미팅을 하나 하고 오늘은 역삼에 위치한 사무실로 갔다.

지난 한 달 지방에 거점을 만들기 위해 기초공사부터 공조기 설치

내부인테리어까지 고생한 팀들과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지방 현장에도 찾아가고

사무실에도 방문하고 본사로 불러서

여러 번 술자리를 만들어 위로하고 격려했을 텐데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핑계로 너무 무관심했었던 것 같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청계산 어느 백숙집에

낮에 모여 족구도 한 게임하고 냇물에 발도 씻고

백숙과 닭볶음탕에 얼큰하게 취하여

즐겁게 하루 쉬어주는 것도 미덕인데

추진해 보라고 해도 내가 술을 안 먹으니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이다.

 

난 개인적으로 아래 냇가집을 좋아한다.

주차도 넉넉하고 작은 도랑도 있고

무엇보다 음식맛이 좋다. 

기회가 되면 회사 회식으로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http://netgazip.com/index.html?ptype=company&pno=137231888386065000

 

청계냇가집

청계산맛집 30년전통 한방백숙 계곡맛집 닭볶음탕 단체예약

netgazip.com

 

미안한 마음이 생겨 바쁜 일 좀 끝나면

래프팅이라도 한번 다녀오자고 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함께 노를 저으며 고생하고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밤이 새도록 나누고

다음날 지역 맛집에서 해장을 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헤어졌던

그 액티비티의 경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가지고 임한 후

한번씩 주어지는 공식 일탈은 상처에 새살이 돋게 하는

연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일도 사람도 삶도 균형이 중요한 것 같다.

균형을 맞추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나는 잘 참는 성격이다.

아파도 잘 참고 병원을 안 간다.

화나가도 참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어릴 때는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 같은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되도록 속으로 삭이려고 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똑같다.

대한민국에서 가장으로 살아가다 보니

당연히 돈 걱정이 따른다.

대출 걱정, 이자 걱정, 생활비 걱정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말 못 한 사정도 여러 번이다.

같은 사람이지만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을 때도 있고

참기 힘든 모욕을 당하기도 하지만 참아낸다.

 

어릴 때는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한 줄로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슬픔과 고통과 같은 마이너스 감정은 주변과 나누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만 아니다.

그러한 감정은 나누면 주변에 전이되고 확산될 뿐

내가 가진 고통은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쁘고 행복한 것만 보여주고 전달하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슬픈 것은 혼자 견딘다.

그렇게 견뎌내며 강해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왜 어릴 적 아버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였는데

그 뒷모습이 왜 그렇게 슬퍼 보였는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 어깨는 상상할 수 없는 무게들로 짓눌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슬픔과 고통을 너무 혼자 감당하다 보면 그 무게에 눌려

숨쉬기조차 어려운 시기가 오기에

무게를 나눌 수 없을지라도 잠시는 내려놓는 것은 필요하다.

애초 고통을 절반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주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양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서로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때, 

그 무게는 잠시 가벼워질 수 있다.
살다 보면 때로는 단순히 누군가가

내 편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가족들처럼...

고통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위로를 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로 조금씩만 더 이해하며 살아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힘듦을 잘 참아내고 속으로 삭이지만

나름 정말 뼛속까지 힘들 때 견디는 노하우가 하나 있다.

바로 한자 8개를 마음으로 되뇌는 것이다.

 "과하지욕(跨下之辱)" "도광양회(韜光養晦)"

사진_전남교육통_https://www.jnedu.kr/news/articleView.html?idxno=71699

 

도광양회는 원래는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여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던 계책이다.

또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를 써서 유비로 하여금 촉을 취한 다음

힘을 기르도록 하여 위와 오의 함께 균형을 이룬 전략 역시 도광양회 전략이다.

도광양회라는 용어가 많이 알려진 것은 

1990년대 덩샤오핑 시기 중국의 외교방침 때문 이기도하다.

덩샤오핑은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취하면서

도광양회를 대외정책의 뼈대로 삼았다.

이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길 때까지는

침묵을 지키면서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전술적으로도 협력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사진 _감사나눔신문_https://www.gams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87

 

과하지욕은 초한지에서 유래했다.

한신이 젊을 적 가난하여 한 마을의 정장에게 빌붙어 살 때

그는 마음속에 품은 큰 뜻이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불량배 하나가 그에게 시비를 걸고,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 아니냐?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어디,

나를 한 번 찔러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라고 하자

한신은 불량배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다.

당연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한신을 겁쟁이라며 마구 비웃어대고

한신은 매우 화가 났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훗날 왕의 자리에 오른 한신은 신하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썰을 풀었을 때 이 일을 언급하면서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죽였다면 죄인으로 쫓겼을 것이니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아 이 자리에 를 수 있었다."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이 두 사자성어의 의미와 뜻을 가슴에 새기며

어려운 일들을 이겨내며 살아내었다.

모욕이 있어도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견뎌내어

언젠가 꼭 이겨내고 성장하리라 마음먹었다.

 

이것이 사는 것의 요약인 것 같다.

어차피 결론은 혼자다

하지만 또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기쁨과 행복은 나누고 힘듬은 굳이 나누려 하지 말자

그래도 서로 이해는 하도록 하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가능하면 상처 주지 말고 모욕하지 말자.

만약 모욕이 상처가 된다면

언제가 꼭 보란 듯이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마음속으로 칼을 갈면서 살아가도록 하자.

단 마음속의 칼은 사람을 대상으로 향하면 안 되며

세상을 향해야 하고 그런 세상을 이겨내고

그 위에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증명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그렇게 잘 살아내자.

 

금주는 여전히 문제없이 진행 중이며

술 마시기 좋은 날들이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서 보내고 있다.

 

더워지면 시원한 맥주 한잔에

치킨 한 조각 생각나겠지만

원래 먹을 줄 몰랐던 거처럼

잘 이겨내고 살아가리라 마음먹는다.

 

오늘도 모두 고생 많았다.

모두의 인생을 격하게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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