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움직였지만 그 속에 여유는 있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중 저녁 날씨는 좋았던 일요일이다.
오늘도 오전에는 사우나를 마치고 서점을 들렀고
그렇게 책을 몇권 읽으면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읽고 싶은 많은 책들 중 세 권을 골라 조금씩 읽어 보았는데
결국 모두 마음에 들어 세 권을 모두 사가지고 왔다.
주말에 방문하는 서점에서는 꼭 한 권씩만 사 오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작심 일주일을 못 가는것 같다.
이놈에 책 욕심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읽는 욕심을 한번 내봐야겠다.
사실 아래 그림과 같은 서재를 가지는 것이 꿈이기는 하다.
도서관에 버금가는 개인 서고를 소유한 성공한 남자 랄까? ㅎ
충분한 공간에서 수많은 책들이 파묻혀서
늘 책들과 함께 편안하게 읽고 잠들고 가끔은 위스키도 한잔씩 하고
때로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현재도 꿈꾸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위스키는 꿈에서 제외시킬 수 있지만
도서관 같은 서재를 가지는 목표는 현재도 유효하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사우나 바로 옆 건물이 평소 다니는 골프 연습장이다.
가족들 모두 함께 가서 레슨도 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함께 연습도 하는 공간인데
작년 시즌 오프하면서 오질 못했는데
오늘 문득 올려다보니 골프연습장이
봄기운과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필드는 더 수많은 꽃들로 가득하고
봄내음이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시기일 것이다.
골프도 좀 나가고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술을 안 마시게 되니 잘 안 가게 된다.
돌아보면 결국 골프도 술의 연장이었다.
술 마시는 사람은 그런 것 같다.
해외여행가도 위치를 바꿔 술 마시는 것이고
국내 여행도 장소를 옮겨 술을 마시는 것이다.
골프는 운동을 하며 술을 마시는 것이고
등산은 산에 올라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낚시는 바다 위에서 술 마시는 것이고
삶은 술 마시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동의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저렇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어딜 가서도 술이 먼저였고
술 마실 생각에 늘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해외에 가면 보는 눈이 없으니 눈치 안 보고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늘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출장이던 여행이던 다녀오면 늘 더 피곤했다.
술이라도 안 마시고 좀 쉬어야 하는데
양도 더 많아지고 종류도 더해지니 휴식이 될 리가 없다.
그렇게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40 중반 까지를 살았다.
그런 것들 중 골프가 제일 심했다.
일 때문에 하든 친목으로 하든 골프는 술 그 차제였다.
아침 일찍 나가서 새벽 1~2시에 들어오는 것이 기본이었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스케줄을 대충 보면 이렇다.
어차피 취해 있는 인생 골프 전날 새벽까지 음주를 하고
골프 당일 티오프가 경기도 인근 7시 정도라면
3~4시간 자고 늦어도 5:30분에는 기상해서 이동을 해야 한다.
새벽까지 마신 술이 깰 리 없고 비몽사몽으로 이동한다
티오프가 오후로 가까워지고 여유가 있는 경우
미리 골프장 인근에서 만나서
해장술로 소주 한 병 정도 마시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건 보통은 아닌데 꼭 이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다. ^^;;
부지런한 분들은 술과 안주까지 챙겨서 오신다.
술도 안 깬 상태에서 전반 9홀을 홀짤 홀짝 마시며 몸을 움직이면
술이 조금 깨고 출출해지는데 이 타이밍에 그늘집에 들러
짧은 시간 효율적으로 막사(막걸리+사이다)로 배를 채운다.
그 후 막걸리를 여러 병 받아서 카트에 채우고
본격적인 후반 술파티가 시작된다.
잘 쳐도 술, 못 쳐도 술, 목말라서 술, 그냥 술
골프가 아니가 술푸러 가는 것 같다.
후반은 술 마시는 양과 횟수가 늘어난다.
본격적인 점심시간 음주를 위해 몸을 예열하는 것이다.
어쩌면 점심때 맛있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기 위해
오전에 땀 흘리고 운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스코어는 잊어버렸고 술은 알딸딸하고
골프를 치는 것인지 술을 마시는 것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골프를 마치고 사우나에서 정신을 좀 차리고 나오면
오후 13시 정도가 되는데 이미 점심 장소는 예약이 되어있다.
대리를 타고 점심장소에서 본격적인 음주 시작한다.
이제 본게임이다.
일이야기 인생이야기는 결국 골프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날 스코어가 제일 안 좋았고 아쉬웠던 플레이어는
스크린에서 2차전을 외친다.
술이 들어간 우리는 내기를 걸고 조금 이른 저녁 시간
스크린 골프장에서 두방을 연결하여 맥주를 주문하고 골프 2차전을 하고 있다.
2차전을 그냥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기를 해봤자 술내기이다.
오래 마시고 있지만 몸은 이미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알코올에 절여져 생기를 잃어 가고 있다.
몸도 정신도 지치고 술도 취해서 좀비가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게 3시간 정도가 흐르면 스크린이 끝나고 3~4등이 또 근처에서 술을 산다.
실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젠 술이 술을 부르는 형국이다.
술자리가 끝이 나고 귀가하면 다음날이다.
또다시 새벽 거의 20시간 만에 귀가다
이렇게 골프는 끝이 나고 긴 하루가 끝난다.
사실 하루가 아닌 이틀에 걸친 일정이다.
좀 극단적으로 썼지만 이런 경우가 많았다.
좋게 표현해 보자면 왜 그렇게 술에 과도하게 진심이고
도를 넘는 열정이 있었는 모르겠다.
그래서 술을 끊으며 그 이후로 필드를 나가지 않았다.
갑자기 골프를 치는 멤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비슷한 분위기가 전개될 것인데
멤버들도 불편해하겠지만
스스로가 그 장시간 술을 안 마시고
잘 견딜 수 있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또한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그 시간이면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보낸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늘 기준은 변하는 것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때는 물론 즐거웠고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뀌려고 마음먹었고 그만하려고 한 것이다.
무엇이든 새로 하려면 한번 은 멈춰야 하고
잡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난 새로운 것을 잡기 위해 좋아했던 것이지만
즐거웠던 시간이지만 손에서 놓아 버린 것뿐이다.
그리고 놓아버린 그것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형태로
다시 잡고 싶을 때 잡을 수 있기에 걱정하지도 않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단지 골프뿐만이 아닐 것이다.
술과 함께 했던 것이 많고
금주와 함께 중지된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마른오징어도 끊었고
즐겨 먹던 회도 잘 안 먹게 된다.
술 없는 회는 아직 상상이 잘 안 된다.
이것 말고도 많은 것인데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불편하지도 그렇다고 떠오르지도 않는 것 같다.
다행인 것 같다.
현재의 생활에 충실히 임하고 있고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앞으로도 의식하지 않다가 이렇게 갑자기 생각나는
술과 같이 했던 행동이나 의식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억할 뿐 그걸로 된 것이다.
그것들 때문에 다시 술을 마실정도로
정신을 나약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금주를 잘 진행할 나를 믿는다.
저녁시간에는 오랜만에 등갈비 김치찜은 만들어 먹고
비가 와서 공기가 깨끗해진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동네가 조용해서 차도 잘 안 다니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마을
그 적막함이 너무도 좋았다.
많은 이야기 하지 않지만
이렇게 같은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그리고 행복임을 안다.
더 자주 더 오래 함께 걸으리라 다짐해 본다.
이렇게 또 인생의 한번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낮잠을 3시간 정도 잤다.
예전에 없던 버릇인데 기분도 느낌도 나쁘지 않다.
밤에도 못 자던 잠을 낮에 잔다니 믿을 수 없는 변화다.
그리고 자고 일어났을 때 그 나른 함이 너무 좋다.
앞으로도 인생은 지속 새로운 것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때마다 변화의 장점과 좋은 면 만을 보도록 할 것이다.
오늘도 술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술 마실 생각은 없고 금주는 잘 진행 중이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구름 속에 이었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밝게 빛날 것이다.
빛나는 태양처럼 빛나는 모두의 인생을 기원한다.
모두에게 새로울 한 주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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