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맞이한 공기는 너무도 차가웠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차가운 공기가 너무도 궁합이 좋다.
그런데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은
이제 더이상 얇은 바람막이로는
그 추운 기운을 막을 수 없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부터 여기저기 태극기를 걸어놓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바로 오늘이 개천절이기 때문이다.
개천절(開天節)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의미로
우리 모두의 할아버지이신 단군 할아버지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하여
역사를 개창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날짜는 매년 10월 3일로 법정 공휴일이며
국내 5대 국경일인데, 3.1절, 제헌절, 광복절 & 한글날에 비해
그 존재감이 좀 약한것 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어릴 때는 개천절이 되면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재를 올리는
모습을 뉴스로 중계도 하고 제법 큰 행사였던것 같은데
어느 순간 부터 행사가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중계를 안 하는 것인지 점차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개신교와 불교 가톨릭으로 삼분되는 정치지형 속에
대종교라는 민족교유 종교가 힘을 잃기도 했고
모든 것이 경제논리 진영논리인 현대의 시류에서
더 이상 존재감이 없어진 것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휴일이 하루 보태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 이상 행사 자체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시간이 지나면 뭐든 의의가 옅어지고
뜻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아직도 자기 조상의 뿌리를
쑥과 마늘을 먹은 곰과 호랑이스토리에서
찾지는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그 신체일부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을 보면
세상에는 SF 마니아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스토리들이 지속 이어지겠지
어찌 보면 정말 수작이자 고전이고 명작인 것이다.
나에게도 반복되는 휴일의 하루였다.
바뀐 것은 아메바가 학교를 안 가는 평일라는것뿐
바뀐 것도 변할 것도 없는 일상이다.
오늘은 일정 조정이 필요하여
아침 7시쯤 준비하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원래 평소 이 시간이면 집 앞 도로가 출근하는 차들로
벌써 분비기 시작할 시간인데 도로가 휑하다.
매일의 일상에 지친 이들이 꿀잠을 잘 생각하니
백수인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기온이 10도였고 얇은 긴 옷을 입었는데
체육관 가는 그 10분간 춥다는 생각이 지속 들었고
약했지만 입에서 김이 살짝 나오는 모습을 봤다.
난 이런 날씨가 좋다.
살짝 춥고 입김 나고 몸이 떨리는 계절이.
오늘도 한산한 체육관에서 열심히 땀을 흘린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땀이 좀 덜나긴 한다.
열심히 낑낑거리며 데드리프트를 하고
유산소도하고 어깨운동도 하고 한 시간 반을 땀을 흘렸다.
이제는 루틴이 되어 나오는 것도 싫지 않으며
와서도 주저함이 없어졌다.
그냥 할 일이라 생각하고 조금씩 재미를 찾고 있다.
운동이 끝나고 박여사와 아침 산책을 하기로 했다.
꿈나라인 아메바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역시 잠이 부족한 중학생
더 자겠다고 하여 둘이서만 맑은 공기와 자연을 느끼면서
집 앞공원을 한 바퀴 휙돌아서 왔다.
공원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들풀들이 많이 보인다.
나름 시골출신이라 웬만한 들풀들과
꽃들과 나무들은 안다고 자부했는데
아직도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많다.
역시 세상에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지구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생물의 종류는 약 164만 종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전체 종류인 약 870만 종의 2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육상에 사는 생물의 86%, 해양에 사는 생물의 91%는 아직도 미확인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시 미물인 사람이 뭔가 좀 안다고
거들먹거리는 것이 얼마나 모자란 행동인지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이렇게 자연 속을 걸으며 자연의 위대함을 또 느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집 앞 공원들을 지나 율동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바로 근처에 큰 공원인 율동공원과 중앙공원이 있어 정말 좋다.
걷기를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최적의 조건을 가진 동네다.
운동을 하고 들어 와서 점심 준비를 하다가
박여사가 왼손에 화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그냥 늘 있는 정도인 줄 알고
밥을 먹고 냉찜질을 했는데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더 방치하면 생활도 불가할 듯하고
통증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서
빠르게 휴일 운영병원을 검색해 본다.
다행히 1년 365일 운영을 하는 병원을 발견했고
지체 없이 차를 몰아 5분 거리의 병원에 도착했다.
휴일에 운영하는 병원이 몇 개 없어서 인지
병원에는 제법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드레싱을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서 돌아왔다.
생각보다 통증이 심해서 고생을 좀 며칠 해야 할 것 같다.
내일도 가봐야 하는데 물집만 안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도 가까운데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현의 365 의원이라는 병원인데
신기하게 닥터 3분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그리고 365일 저녁진료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아프면 안 된다가 인사가 된 현실에
정말 고마운 병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중증 환자들이야 어쩔 도리가 없다지만
경증 환잔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병원들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
대형병원으로의 응급환자 쏠림현상을 막으며
아무래도 적은 의료진으로 운영이 좀 쉽지 않을까?
내막은 잘 모르지만 현실적인 대안도 없이
여전히 국민생명을 볼모로 대치국면을 이어가는
현실이 답답하여 별 이상한 생각을 다해 본다.
진료를 받은 후 셀프 세차장으로 이동했다.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더니 그래도 차도가 좀 있었다.
다행이다.
좋은 날씨에
시원하게 물을 먼저 뿌리고
폼건으로 비누칠을 해준 후
거품솔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왁스를 도포한 후
반짝반짝 닦아주니
차량도 빛나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아메바가 셀프 세차를 참 좋아한다.
아직 어설프지만 이상한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해가 지며 색칠해 놓은 하늘이 너무도 몽환적이다.
하루가 아주 평화롭게 끝나가고 있다.
나는 다시 집에서 루틴을 살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매일 앉는 자리에서 매일 같은 일을 한다.
책을 읽는데 인상 깊은 구절이 등장한다.
요약하자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인데
요즘 정치인들이 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뀌지 않고 어떻게 무엇이든 바뀌길 원하겠는가?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늘 세상이 변하기를, 주변 사람들이 변하기를 바라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느 순간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불만과 불편함에 지쳐 있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에서의 좌절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을 탓하며
그들이 그리고 그 상황들이 변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늘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럼 어떠게 해야 할까?
갑 자기 반대의 생각이 떠올랐다.
수동적보다는 능동적으로...
소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 아닌 다른 것들이 바뀌길 원하지 말고
내가 먼저 바뀌어 보면 어떨까?
그랬다. 결국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동안 외부의 변화를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후로 작은 것부터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술을 과감하게 끊었고
삼람도 만남도 모임도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매일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손으로 적어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명상도하고 운동도 했다.
사람관계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미움의 감정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걸 계속해야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 같던 일상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삶의 기운 즉 에너지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는 줄어들었고, 인간관계는 더욱 원만해졌다.
무엇보다도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도 지금도 노력 중이다
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예전에는 연휴면 어떻게는 빚을 져서라도 여행을 다녔는데
중학생이 된 아메바 덕분에 움직임이 어렵다.
그럼에도 마음먹기 나음 아니겠는가
내가 있는 곳이 휴양지고
내가 있는 곳이 관광지이며
내 마음이 힐링의 시작이라 생각하면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소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만 우뚝 서 있다면
거기가 어디든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 눈부시도록 짧아서 아쉽지만 아름다운 가을을
이금 이 자리에서 충분히 즐겨보자.
모두의 휴일이 행복으로 충만하길 빈다.
내일도 모레도 매일매일의 건투를 빈다.
최고의 연휴의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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