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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11월 3일, 백수생활 106일째, 기록하는 삶

by SSODANIST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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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김장을 하러 강원도를 다녀왔더니 몸이 피곤하다.

아닌 척을 해보지만 먹는 나이를 피해 갈 수도

쫓아오는 세월을 따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제나 그랬듯 몸이 피곤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새벽까지 잠이 오길 기다렸는데 여전히 졸리지 않아서

위스키를 한잔 따라 마시고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피곤했던 탓인지 오전에는 깊이 잠을 잘 수 있었다.

 

오전이 다 가도록 누워있다가 일어났는데

정말 손가락하나 꼼짝하기 싫은 그런 기분이었다.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정말 간절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런데 또 막상 그렇게 멍하니 누워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이 또 무슨 잉여인간 짓인가 싶은 생각이 스친다.

나도 팔자 편하게 놀다가 죽기는 틀렸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했다.

물도 한잔 마시고, 창문도 열어 환기도 시키고

움직이며 정신을 좀 차리려고 노력을 한다.

신기한 것이 꼼작도 하기 싫다가도 

몸을 꼼지락거리고 움직이면 또 에너지가 돈다.

움직이며 충전이 되는 차랑 운영 메커니즘이 비슷한 것 같다.

차도 오래 안 움직이면 방전이 되듯

사람도 몸을 안 쓰고 머리를 안 쓰면 굳어버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진리의 말이다.

우리는 모두 가끔씩 무료함에 빠져들곤 한다.

무기력한 하루,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

이러한 때일수록 아주 쉽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움직이면 몸도 마음도 뇌도 활성화된다.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단순한 활동조차도

우리의 기분을 전환시켜 줄 수 있다.

신체 활동은 우리의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하여

더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기분이 들 때

그 자리에 멈추지 말고 움직여라.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후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체육관을 갔다.

오늘 이마트가 인산인해라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쓱데이라고 한다.

50% 인하하는 제품도 많고

2+1, 1+1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연말이고 실적 생각을 해야 하니 할인폭이 더 커진 듯하다.

온라인에 밀려 대표이사까지 교체하고

절치부심 칼을 갈더니 이제 뭔가 반격을 하는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역전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대세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본다.

예전에는 공산은 쿠팡 신선은 이마트로 양분될 거라 생각했는데

온라인에서 신선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신선도 그 자리를 온라인에 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이퍼나 SSM의 뾰족한 전략이 무엇일지 기대해 보는데

지금과 같은 가격 공세 일변도로는

제조사가 아닌 이상 유통사로는 답이 없다.

향후 유통과 온라인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 올려다본 하늘...

또 한 번의 계절이 지나간다.

맑고 높은 하늘아래 은행잎은 노랗게 변해 낙화하고

산들은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잡을 수 없는 계절처럼

현재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과거에 살 수도 미래에 살수도 없다.

우린 는 오직 현재에만 산다.

그렇기에 순간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그것이 주어진 인생을 잘 살아내는 길이다.

계절의 흐름에서 인생을 배운다.

 

체육관 앞 도로에는 마치 누간 쏟아놓은 듯 은행잎이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에 은행냄새난다고 투덜거렸는데

그 떨어진 은행들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어릴 적 책 속에 넣어 말려 책갈피로 쓰던

그 은행잎이 자리를 대신하고 노란색을 뽐내고 있다.

얼마후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치워진 거리에는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겠지...

반복되는 것 같지만 늘 같은 시간도 장소도 없다.

그러니 매 순간을 소중히 하자.

 

늘 일요일 오후에는 체육관에 사람이 많다.

오전 이른 시간에는 사람이 없어 고요한데

사람이 많으니 열기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난 고요한 것이 체질인 듯하다.

역시나 붐비고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다.

그러니 조용히 살려면 늘 서둘러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남들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에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나의 페이스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다.

평생 부지런히 살아야 할 운명인 것이다.

 

오늘 인스타 피드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JTBC 마라톤 완주 피드였다.

일부 지인을 제외하고 일촌은 거의가 북스타그램 유저들인데

마라톤 사진이 많을걸 보면 

책 읽는 사람들이 뛰는 것도 좋아한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물로 아닐 수도 있는데...

읽은 후 걷거나 뛰는 행동은

내가 생각할 때 정말 가장 선순환이다.

어쩌면 선순환의 효과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지도...

둘 다 좋은 취미니 같이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건강한 정신으로 책 읽는 인구가 지속 많아지면 좋겠다.

 

내일은 월요일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된다.

예상컨대 백수 생활은 11월 중순까지가 될 것 같다.

다음 주 의사결정을 하고 나면 무엇이든 지금보다는

생산적인 사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현재의 백수 일기는 11월 10일까지만 쓰고 

그 이후에는 다른 포맷으로 바꿔 적으려고 계획 중이다.

어떤 것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글을 계속 쓸 것이고 기록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기 형식으로 하루를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루를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일상의 사건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하루의 삶을 되돌아보고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는 중요한 활동이었다.
매일을 기록하면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감정, 생각, 경험을 글로 남기는 것은 자아 성찰의 기회인 듯하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패턴과 습관을 인식하고 필요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그리고 40 중반을 넘어가니 일상이 깜빡하는 것 투성인데

기록은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작은 순간들도

기록을 통해 다시 되새길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순간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의

소중한 기억들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점 하나는 글을 쓰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준다.

하루 동안의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요한 밤 조용히 그 행위를 통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같다.
그리고 분명한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의 성장을 감안할 수 있었다.

작은 성취들이 쌓여 큰 변화를 이루는 과정을 보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이 삶에 많은 도움이 됨을 느낀다.


이렇게 하루를 기록하는 것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을 보존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성장을 이루는 중요한 활동이라 생각한다.

방법이 바뀌어도 기록은 계속해 가리라 다짐해 본다.

 

평안한 주말이 되었길 기원하며

새로운 한 주의 건투를

그리고 매일 새로울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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