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벌써 한주의 반이 지나갔다.
정말 폭풍몰아치듯 3일이 지나갔다.
몸도 마음도 바쁘다 보니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겠다.
늘 시간에 쫓기듯 살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돌아보면 늘 쫒기듯 도망가듯 살아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것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늘 그랬듯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체육관에 도착해서 운동을 한다.
새벽에 소주를 한병반정도 마셨더니 역시 컨디션이 안 좋다.
몸에서 일어나는 합성 기전을 아나볼릭
분해 기전을 카타볼릭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기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글리코겐인데
근육에 있는 글리코겐을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며
가져다가 쓴다. 그렇기에 술은 근육운동에는 정말 좋지 않다.
또한 술 분해하기에도 바쁜 간을 운동으로 더 무리를 주면
결국 운동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술은 좀 자제하도록 해야겠다.
요즘 다시 금주를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운동하고 돌아가는 길 공원에 가을이 잔뜩 묻어 있다.
누구에게는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계절이건만
매일아침 낙엽 치우느라 고생하시는 분들 보면 마음이 마냥 좋지는 않다.
오는 길목에 큰 모과나무가 하나 있는데
모과가 가득 달려 있다.
모과는 독해서 새도 안 먹는 것 같다.
오가는 길에 까치가 정말 많은데
안 먹고 놔두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사실일 듯하다.
감나무였으면 벌써 모두 없어졌을 텐데...
미물들도 맛은 잘 아는 것 같다.
낮에 우체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 좀 걸었는데
새벽과 아침에 보는 길과
낮에 보는 길은 전혀 느낌이 다르다.
세상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매 순간 시간은 흐르고 물도 공기도 흐르니
결국 같은 공기 같은 물도 없는 것이 맞다.
아침에 본 낙엽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더 말아 갈 것이고
나무도 그 나이를 더하니 같은 나무일리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은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인데
우리는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순간을 놓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갑자기.. 현타 온다.
오후에는 갑자기 친한 동생이 소주를 한잔 하자면 연락이 왔다.
가까운데 살다 보니 저녁에 소주 한잔 하기 좋다.
약속을 잡고 중간 장소쯤 되는 정자역으로 향했다.
남들 퇴근도 하기 전 술집에서 술 마시는 것도 백수의 특권이다.
잔잔이라는 이자카야를 갔다.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압구정에서 몇 번 가봤던 경험이 있었다.
이 집 꼬치가 정말 맛있는데
첫 번째 사진에 치킨이 정말 일품이다.
9시가 되기 전 인당 3병 씩 소주를 비우고 헤어졌다.
늘 그렇게 빨리 마시고 헤어져서 그런지 어색하지 않다.
집에 오는 길 아메바 학원까지 걸어가서
박여사의 라이딩으로 집까지 왔다.
학원까지 걸어가는 길 무슨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빵집에 들러서 피자빵 스타일의 빵들을 잔뜩 샀다.
술 마시면 속이 허해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오늘은 오후 일찍부터 약속이 있고 저녁 약속도 있다.
오전부터 빠르게 준비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가야 해서 평소보다 더 외출을 서둘렀다.
첫 번째 약속 장소는 용산역 근처의 센트럴 파크이다.
예전에 사무실이 GS용산타워가 있을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장소가 천지개벽을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 한 바퀴 돌아보다 보니 예전생각이 새록새록하다.
미팅을 끝내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갈아타는 장소인
한남동 순천향 대학 병원 앞에 내렸는데
약속 시간이 어중간하게 비었다.
곧 저녁 시간이라 석양을 볼 생각으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얼마 만에 한강을 걸어서 건너는 것인지...
예전에는 참 많이도 걸어 다녔는데
이런 낭만도 사라진 나이가 된 것이고
시간이 금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며
다리를 걸어 건너는 비효율이 금기시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남대교 위에서 바라본 뷰는 충분히 멋있었고
서서히 떨어지는 낙조 또한 아름다웠다.
서울은 정말 매력 있는 도시다.
다리를 건너면 늘 경부 고속도로 끝에서 만나던 태극기가 있다.
걸어서 오다 보니 아주 가까이서 이 큰 태극기를 볼 수 있는 보너스도 있다.
계속 걷다 보니 걷는 걸 정말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의 사무실 앞을 지난다.
걷는 것을 좋아하여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도 쓴 찐 워크홀릭이다.
확실히 걷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그도 연예인 생활하며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겠는가?
걷는 것이 어쩌면 그를 살렸고
지금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산공원을 지나 루이뷔통 매장 앞에 도착했다.
4.54km 한 시간 12분이 걸렸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효율성 때문에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일 뿐
대중교통 이용하고 걸어 다니면
볼거리도 많고 건강에도 좋은 건 확실하다.
차를 팔고 본격 뚜벅이 생활을 해볼까?
압구정은 정말 재미있는 동네다.
제주 콘셉트인 것은 알겠는데
뭔 흑돼지 전문점을 이렇게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했는지
인테리어비용과 위치생각하면
고깃값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는 걸로...
여기저기 구경하며 걷다 보니 오늘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https://www.instagram.com/seokhwan.yun
스시오마카세 전문점인데
가격이 많이 바싸지 않은데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무엇보다 코르키지 프리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같이 만난 대표님은 디카프리오 샴페인으로 유명한
텔몽을 가져오셨다.
칠링을 미리 해주셔서 드라이한 상큼함이 돋보였다.
그리고 스시랑도 너무 잘 어울렸다.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21
나는 샴페인의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는
뵈브 클리코 옐로 레이블이 한병 집에 있어 가지고 갔는데
텔몽과 비슷한 듯한데 조금 더 달콤했다.
이 또한 스시와 페어링이 정말 좋았다.
https://www.marieclairekorea.com/lifestyle/2022/11/veuve-clicquot/
마지막으로 투자사 이사님은 레드를 한병 가져오셨는데
산 마르짜노 신퀀타 꼴레지오네로 이탈리아 와인이다.
전에 드라이한 샴페인을 마셔서 인지
정말 달달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스시는 역시 레드보다는 샴페인지 좋은 것 같다.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술은 모자라고 맥주나 한잔 더하자고 송파로 이동한다.
역시 롯데 타워는 언제 봐도 위용이 대단하다.
간단히 이차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술이 모자라다.
이상하게 술을 안 취한다.
역시 술이 취하려면 소주가 들어가야 하다.
서현역에서 내렸는데 감자탕 집에 눈에 들어온다.
생각도 많고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뼈해장국을 하나 시키고 소주를 한병 더 마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술이 안 취한다.
이상한 날이다.
한 병을 다 마실 때쯤 박여사가 픽업을 와서 편히 집으로 간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술도 안 마시고 기다린 박여사에게 미안하여
한잔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스키를 까서 한잔 두 잔... 그리고 취했다.
섞어 마셨으니 분명 다음날 고생이 심할걸 알면서
굳이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잠에 들어야 하는 것도 괴롭다.
그렇다고 술 마시고 수면제를 먹을 수도 없고..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좋겠지만
걱정은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걱정은 불안을 만들고 불안은 다시 걱정을 만든다.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버릇 때문에
늘 걱정이 가득하다.
통제가능한 것에만 집중하고 살면 되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고통과 비효율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도 완전하지 못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살 수 있을 궁리를 해본다.
요즘은 술을 마시면 잠이 와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예전에는 술을 마셔도 적당히 자면 괜찮았는데
요즘은 자도 자도 계속 졸린다.
술을 마시고 잠들면 각성효과가 있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수면효과는 떨어지고 몸의 나이는 계속 들고
결국은 그 피로감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답은 금주인데...
나에게 그럴 용기가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백수생활을 11월 말에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무 따지지 않고 가능성이 있고 나를 찾는 곶으로 가서
또 이 한 몸 불살라볼 생각이다.
50에 가까이 왔다.
불러주면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일할 수 있을 때 일해야 한다.
지난 30년 대한민국 경기는 좋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에 성공하고 성장하는 이들은 늘 존재했다.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여
나 또한 그러한 성장을 만들어 내겠다 마음먹어 본다.
내일은 오늘 보다 더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내일도 그렇게 되길 빈다.
'백수일기(130일 완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11월 15일, 백수생활 118일째, 적당히 걱정하고 조금 불안해 하며 살아가자! (3) | 2024.11.16 |
---|---|
2024년 11월 14일, 백수생활 117일째,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라. (15) | 2024.11.15 |
2024년 11월 10일, 백수생활 113일째, 머리속이 복잡하고 답답할 때는 밖으로 나가 걸어라. (14) | 2024.11.10 |
2024년 11월 8일 ~9일, 백수생활 111일~112일째, 긍정의 힘 (19) | 2024.11.09 |
2024년 11월 7일, 백수생활 110일째,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에 다녀오다. (20) | 2024.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