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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11월 18일, 백수생활 121일째,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하루에 감사하며.

by SSODANIST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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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다.

매 순간이 지나갈 때는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고

늘 평소와 다름 없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정말 길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잘 후회를 안하는 성향이기는 한데

어린 시절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날 누워서 보낸 시간이

너무도 뼈에 사무치도록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니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누워서 허비한

그 시간을 모으고 거기에 조금에 노력을 더 할 수 있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매 순간이 씨앗을 뿌리는 시간임을 잊지 말자

지금 뿌리는 씨앗의 열매를 수확하는 사람은 

나 자신임을 기억하자.

 

새벽 3시쯤 잠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잠이 들려고 노력을 했고

가수면 상태로 있다가 알람 없이 5시 30분 눈을 떴다.

언제나 그랬듯 날씨 어플을 먼저 확인한다.

영하 1도, 올해 처음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13도가량 기온이 낮아졌다.

사막도 아니고 편차가 너무 크다.

더워서 못살겠다며 텀블러에 얼음 커피를 달고 살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었는데 겨울이 불쑥 찾아왔다.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이불속이 가장 안전한 법

털고 일어나 이불정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차가운 공기를 뚫고 체육관으로 가지 않을

백만 가지 핑계를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 하루 25,000개의 선택을 한다고 하는데

그 짧은 순간 엄청난 고민이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고민은 짧고 행동을 빠르게 한다.

몸이 움직이면 더 이상 고민은 사라진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아직 어두운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매일 자신을 덮고 있던 껍질을 스스로 깨고

새로운 매일을 맞이한다.

 

역시 공기가 남다르다.

차가워진 날씨덕에 하늘은 두배로 맑고

눈 안에 닮을 수 있는 새벽별도 배는 많아졌다.

이 아침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언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눈으로 닮아 기억에 심겠는가?

자연이 주는 감동은 늘 인간의 감정범위를 넘어선다.

 

차가운 공기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코를 통해 몸속으로 퍼지는 차가운 기운이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상쾌하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 것이다.

 

체육관에는 일찍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모두 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어떤 아버님은 수술을 건강회복을 위해

어떤 어머님은 급속이 빠진 근육손실을 줄이려고

어떤 회사원은 다이어트가 필요하여

어떤 자영업자는 바디프로필을 위해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같은 시간 한 장소에 있다.

이 또한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의 이유가 되리라 생각한다.

늘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혼자만 있다면

어느 순간 머무를 동기를 잃어 나태해질 것이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른 이의 이유가 나의 목적이 되는 사회

그래서 각자의 이유는 모두에게 소중하다.

사진_이스테이션

운동을 끝내고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오전 시간 부지런히 움직여 본다.

우선은 20L 말통(정확한 용어를 아직 모르겠다 ^^;;)을 사서 주유소로 향한다.

집이 복층이다 보니 층고가 높아 웃풍이 좀세서 겨울 기온이 낮아지면

난방히터를 사용해야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다.

오늘 급격하게 날씨가 떨어졌으니 미리미리 사다가 비치해 둬야 한다.

직접 사러 가야 하고 직접 옮기는 불편함이 있지만

돈주고도 바벨을 들러 체육관에 가는데

이 또한 운동한다 생각하면 재미이고 추억일 것이다.

무엇보다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은가.

 

https://naver.me/GB5Cfy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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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유를 집에 내려놓고 근처 베이커리 카페로 향한다.

사실 바로 집 근처는 아니고 차로 10분 정도 경기도 광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하고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빵을 사 먹고 싶어 

늘 빵은 드라이브할 겸 이곳에 와서 구입한다.

나와 같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늘 분비는 장소인데

월요일 오전 이른 시간이라 공간이 여유롭다.

이 또한 백수만 누릴 수 있는 한가로움이다.

 

카페에서 돌아왔는데 집 앞에 우편물이 도착해 있다.

열어보니 정성스럽게 포장한 책 선물이었다.

책만으로도 감사한데

잘 포장하고 정성스러운 편지까지 써서

실링 왁스 스탬프로 멋까지 더한 선물이었다.

덕분에 좋은 하루가 더욱 충만한 하루가 된다

 

그리고 오후에는 마치 전업 작가라도 된 것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오후 늦게 아메바의 교통사고 물리치료 때문에 병원에 들렀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병원이 북적북적하다.

정형외과이니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감기가 걸려 온사람들은 아닐 것이고

뼈나 관절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일 듯한데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전국에 2500개 정도의 정형외과가 있는데

병원마다 이렇다면....

건보재정이 버텨낼 수 있을까?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지금 글을 쓰는 시간은 19일 새벽 한 시로 향하고 있다.

현재기온은 영하 2도다.

하지만 어제 오전 등유를 사다 놓은덕에

마음 푸근하게 히터를 켜고 따뜻한 밤을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또한 화석연료인데

오늘처럼 투명하게 맑고 일조량이 좋은 날이라면

환경 생각해서 외벽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여

낮에 모은 에너지로 추운 밤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긴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다.

어느 하나 만족스럽게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하루였다고 말하고 싶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만족스러운 환경에 있었으며

큰 사고 없이 지나간 하루에 감사한다.

이렇게 매일 감사하며 살아가길 희망해 본다.

 

그대들의 모든 삶도 충분하길 기원하며

새로운 하루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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