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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0월 21일_계절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

by SSODANIST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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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구름은 많지만 맑음
기온: 최저 5도, 최고 15도

 

얼핏 흐린 듯 구름이 가득하지만 날씨는 맑다. 기온은 최저기온은 어제와 비슷한데 최고기온이 또 1도 떨어졌다. 이제는 날씨를 가늠조차 못하겠다. 여러 이유로 빠르게 변해버린 기후 때문이기도 하지만, 40대를 넘어 생존에 매달리다 보니 기온의 오르내림과 계절의 바뀜을 늘 변화가 일어난 후에야 체감한다. 그저 추우면 옷을 두껍게, 더워지면 가볍게, 그때그때 별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살아가는 즐거움 중 하나를 잊고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계절의 선물

봄이 되면 산으로 들로 새싹과 꽃들이 풍성하여 향기롭다. 여름이면 타들어갈 듯 덥지만 시원한 계곡과 강, 바다가 있고, 새 생명들이 자라난다. 가을이면 높은 하늘 아래 봄에 뿌리내려 뜨거운 여름을 견뎌낸 곡식들이 영글고, 때를 맞춰 피어주는 가을꽃들이 볼 만하다. 겨울이면 첫눈을 기다리고 겨울 눈을 즐기며 따뜻한 차 한 잔과 군고구마가 일품이다.

 

모든 계절, 모든 시간에 멋이 있고 사연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겨우 일어나 결국은 더러워질 무언가를 입으로 쑤셔 넣고, 늘 만원인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전쟁터로 나아간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모두가 비슷할 것이다.

늘 계절에 뒤처지고, 그 계절을 느끼지도 못한 채, 자연의 티끌 같은 아주 작은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그 섭리도 알지 못한 채 아둥바둥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인생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우리는 삶을 낭비하면서 세세한 것에 매달린다."


오늘을  나는 또 시작한다.

기온은 어제와 비슷하다. 핑계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했다.

옷을 조금 두껍게 입고 머리에는 비니를 쓴다. 그리고 신발을 신는다. 이제 시작했으니 반은 성공했다.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처음에는 코와 목, 그리고 맨살에 닿는 공기의 느낌이 꽤나 쌀쌀하다. 하지만 조금씩 몸을 움직이니 열이 오르고 뻣뻣한 몸이 풀어지며 등으로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예열이 되었다.

 

5분, 6분, 동네를 가볍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 혹은 슬로우 조깅을 한다. 땀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에너지를 받았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정신을 깨운다.

오늘도 이렇게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작은 시작이지만, 빌 게이츠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 안에 할 수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10년 안에 할 수 있는 것을 과소평가한다." 오늘의 5분이 모여 내일의 나를 만든다.


헤어짐

오늘, 또 한 명의 동료가 떠나갔다.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마음을 나누고 소주도 기울이던 벗이었는데, 주말간 결정하고 어제 이야기한 후 오늘 자산 반납을 완료하고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인연을 만들러 오는 장소는 아니지만, 이런 걸 보면 또 너무 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둔다고 하면 그간의 고생과 노고를 인정한 후, 동료들과 인사하고 잘 마무리 지으며 인수인계를 문제없이 잘 해달라고 하면 좋을 텐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오늘 당장 나가도 좋다"는 그 태도는... 정말 내가 이 조직의 구성원이 맞는지 가끔은 스스로에게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더욱 확신한다.

 

항상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의 순간을 더 소중히 해야 한다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

누군가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려본다. 어색한 인사, 조심스러운 미소, 설레는 마음. 우리는 만남의 순간을 기대하고 준비한다. 무엇을 입을까,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남은 언제나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정작 중요한 것은 만남이 아니라 헤어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언젠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던 날이었다. 평소처럼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부모님은 집앞 마당에 앞에서 차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드셨다. 차에 올라타 백미러로 흔들리는 손을  바라봤을 때, 문득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저 작은 손짓이 혹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헤어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만남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오래 남는 것은 헤어질 때의 그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나눈 말, 마지막으로 본 표정, 마지막으로 느낀 온기. 그것이 때로는 영원한 기억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을 너무 쉽게 흘려보낸다. "내일 또 보겠지", "언제든 연락하면 되지"라는 안일함 속에서.


후회는 언제나 늦게 찾아온다

회사 동료였던 민수 형을 떠올린다. 마지막 퇴근길에 "수고했어, 형"이라고 건넨 가벼운 인사가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형은 그다음 주에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서 나는 후회했다. 왜 그날 좀 더 진심 어린 인사를 하지 못했을까. 왜 형이 평소에 해주던 조언들에 "감사합니다, 형"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미치 앨봄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삶을 끝내는 것이지, 관계를 끝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관계에 진심을 다하지 못했다면, 죽음은 영원한 후회의 시작이 된다.


인생은 정말 찰나다

오늘 만난 사람을 내일 다시 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내일이 아니더라도 다음 달, 내년에 볼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다. 그러니 그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우리는 매 순간의 헤어짐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삶에서 가장 따뜻했던 기억들은 모두 헤어질 때의 순간들이다.

군대에 가던 날 아버지가 차 문을 닫으며 툭툭 두드려주시던 손길, 유학을 떠나던날 친구가 공항에서 돌아서며 흘렸던 눈물, 헤어지는 동료들이 마지막으로 안겨주던 포옹의 온도, 그 순간들은 만남의 설렘보다 더 깊은 곳에 새겨져 있다.


헤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심이 된다

헤어지는 순간, 우리는 이것이 끝일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그래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하게 되고,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헤어짐은 우리를 정직하게 만든다.

요즘 나는 사람들과 헤어질 때 조금 더 신경을 쓰려 노력한다. 전화를 끊을 때도 급하게 끊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끊을 때까지 기다리고,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도 등을 돌리기 전에 한 번 더 돌아본다. 어색하지만,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헤어짐이 마지막은 아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먼 훗날에도. 하지만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헤어짐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오늘의 헤어짐

떠난 동료에게 부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건강하게 또 다른 인생의 장에서 다시 만나길 빈다.

이렇게 동료가 하나 사라지고 후배가 한 명 생겼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갈피가 안 선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부족하고 모자라 성장해야 하는 인간인가 보다.

 

부모님은 여전히 내가 방문할 때마다 마당 앞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드신다. 이제 나는 차에 올라타기 전에 갈갑게 대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늘 등을 토닥이시던 그 순간의 온기를 나는 마음에 단단히 새긴다.

언젠가 누구가와의 마지막 헤어짐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매번의 헤어짐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을 다했으니까.


오늘 당신은 어떻게 헤어졌나요?

오늘 당신이 헤어진 그 사람, 혹시 무심코 돌아서지는 않았는가. "다음에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대충 인사하지는 않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보자. 조금만 더 진심을 담아보자.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헤어진다면 우리의 관계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것이 정말 마지막이 되더라도,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찰나이고, 만남은 언젠가 끝이 난다.

그러니 우리는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 순간의 온도를, 그 순간의 진심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다. "인생은 짧다. 하지만 선한 것을 할 시간은 항상 있다."

오늘 하루도, 계절을 느끼며, 사람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보자.
5분의 달리기가 나를 깨웠고, 5분의 글쓰기가 나를 성찰하게 했다.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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